한국형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 기술을 최초로 적용했으나 운항을 못하고 있는 SK스피카호(號) [삼성중공업 제공]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한국가스공사(KOGAS)가 한국형 화물창(KC-1)이 탑재된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의 선적시험을 거부하면서 운항 재개가 늦어지고 있다. 관련 기업들의 손실이 뒤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중공업은 LNG 운반용 국적선 SK세레니티·SK스피카호가 지난 23일부터 강원 삼척 LNG 터미널에서 LNG를 선적해 동해상에서 선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KOGAS 측에서 입항 거부와 연기를 통보해 차질을 빚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 선박은 KC-1 개발사인 KOGAS와 화물창 기술사인 KC LNG 테크(KOGAS 자회사), 선주사인 SK해운, 선박 건조사인 삼성중공업은 물론 한·미 양국 선급이 참여하는 최종 LNG 선적시험을 준비해왔다. 수리후 운항 재개를 위한 최종 점검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KOGAS는 선적을 불과 1주일 앞둔 이달 16일 공문을 보내 3차 선적시험 시 발견된 결빙현상(Cold Spot) 발생 부위의 수리 결과와 결빙현상 발생가능성 분석 자료, 선적시험 중 결빙현상 발생 시 대처 방안 등의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터미널 입항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측은 3차 시험에서 발견된 결빙현상 내용은 이미 KOGAS에 제출됐다고 반박했다. 또 분석 결과와 수리 방법, 절차는 기술사인 KOGAS, KC LNG 테크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선적시험 중 결빙현상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급 규정상 허용 범위보다 안전한 상태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기술적 대처 방안도 관련사와 협의를 통해 마련했고 선급으로부터 운항증명서를 발급받아 안정성을 확보한 만큼 불허할 이유가 없다는 게 삼성중공업 측 주장이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선적시험에 필요한 인력, 자재, 협력사 계약 등 준비를 모두 마쳤다. LNG 적하보험에도 가입한 KOGAS가 이미 제출된 자료를 다시 요구하면서까지 선적시험을 지연시키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은 조속한 LNG 선적시험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24일 발송하기도 했다.

국민 혈세로 개발된 KC-1을 탑재한 LNG 선박이 품질 문제로 수년째 수리 단계에 머물면서 수천억원의 미운항 손실(SK해운)과 화물창 수리비(삼성중공업)가 발생하는 등 민간기업 부담은 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KC-1의 품질 문제는 개발사, 설계사의 설계 결함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건조사로서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수리에 최선을 다해왔다”며 “선주, 선급 요구에 따른 시험 재개를 앞둔 시점에 LNG선적시험을 미룬다는 것은 KOGAS 스스로 KC-1에 설계 결함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