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오른쪽) SK온 경영지원총괄과 김흥수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 부사장이 지난 29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SK온 제공]

SK온과 현대자동차그룹이 북미 배터리 공급망 강화를 위해 손을 잡았다. SK온은 2025년 이후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주요 전기차 공장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SK온은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현대차그룹과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에 따라 SK온은 2025년 이후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공장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공급 물량과 협력 형태 등 구체적 사안은 향후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 기아 조지아 공장(KaGA) 외에 전기차 전용 신공장(HMGMA)을 건설해 현지에서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달 기공식을 연 조지아주 HMGMA는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다. 내년 상반기부터 공장 건설에 착수해 2025년 상반기부터 전기차 양산에 돌입하는 만큼 배터리 공급처 확보가 필수다.

SK온 역시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21.5GWh 규모의 자체 공장을 갖추고 있다. 인근 HMGMA로 공급이 용이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이 HMGMA 인근에 신규 배터리 셀 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라 신규 공장 건설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이번 협약을 통한 파트너십은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대차가 출시한 전기차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및 기아 ‘EV6’에 SK온의 배터리가 탑재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총 32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약 12％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한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양사의 협력 범위 확대가 기대되는 이유다.

특히 기대되는 대목은 미국이 추진 중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이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에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은 일정 비율 이상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생산·가공된 것을 사용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SK온은 최근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확보를 위해 호주, 칠레 등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의 자원개발업체들과 구매 계약을 맺고 IRA 요건 충족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의 생산 가공과 전기차 조립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IRA 제한 규정을 양사 간 협업으로 충족시켜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최영찬 SK온 경영지원총괄은 “양사 간 협력은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흥수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은 “양사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을 바탕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