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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도 월드컵 볼까?…한국-우루과이戰 슬쩍 뺐다 [월드컵]
한국·미국·일본 뺀 나머지 경기 전부 중계 中
2002년 제2연평해전 직후엔 韓경기도 중계해

북한 조선중앙TV는 23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D조 1차전의 프랑스 대 호주 경기 일부를 녹화중계했다. 중앙TV는 이 중계에서 관중석쪽에 있는 태극기(붉은원) 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조선중앙TV 화면]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북한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의 경기 장면을 일절 중계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TV의 25일 방송 순서에 나온 월드컵 녹화중계 일정에는 전날 오후 10시에 치러진 대한민국 대 우루과이 경기가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한국 경기 직전에 열린 스위스-카메룬 경기와 직후에 열린 포르투갈-가나 경기 중계는 잡혔다.

북한은 월드컵을 실시간 중계가 아닌 경기가 끝난 뒤 녹화본을 편집해 하루 3경기씩 방영하고 있다.

북한,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 일부 중계. 조선중앙TV는 21일 저녁 뉴스에서 20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 카타르 대 에콰도르 경기를 일부 중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개막 이튿날인 22일부터 이날까지 매일 오전 11시경과 오후 4시경, 9시경에 약 1시간 분량으로 편집된 경기를 한 경기씩 편성하고 있는데, 한국과 더불어 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웨일스전)과 일본(독일전)이 참가한 경기도 제외했다.

북한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도 3개국의 경기를 단 한 차례도 중계하지 않았다. 다만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는 한국이 참가한 경기를 내보냈다.

특히 2002 한일 월드컵 때는 한국팀의 16강전(이탈리아전)을 중계한 데 이어 제2연평해전(6월 29일)으로 남북 간 긴장이 크게 고조된 직후인 7월 1일에도 한국의 준결승전(독일전)과 3·4위전(터키전)을 녹화 중계했다.

당시엔 일본(터키전)과 미국(독일전)의 경기도 중계방송을 했다.

북한은 당시 월드컵 개최국이 한국이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다가 7월 2일 북한 주민이 청취하는 라디오 매체인 중앙방송의 논평 프로그램에서 뒤늦게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방송은 "남측은 최근에 이번 사건(서해교전)이 터진 곳에 거의 매일과 같이 남조선 해군함선들과 어선들을 들여보내서 우리(북) 영해를 침범했다"며 "남조선에서 세계축구선수권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그런 사정을 고려해서 여러모로 자제력을 발휘했다"고 월드컵 대회의 남측 개최 사실을 전했다.

북한이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이날 추가로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꼭 닮은 딸. [조선중앙TV 화면]

북한은 2006년 6월에도 독일 월드컵의 한국(토고전) 경기를 녹화중계했는데, 당시 경기 해설을 맡은 리동규 체육과학연구소 부소장은 한국팀 박지성 선수의 활약을 극찬하기도 했다.

천안함 사건 직후에 열린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도 북한은 한국팀의 우루과이전·아르헨티나전·그리스전, 미국과 가나, 일본과 파라과이 경기를 모두 TV로 중계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이같은 보도 행태와 관련해 근본적으로는 큰 틀에서의 남북관계가 중요하다면서도, 중계권 협상의 주도권 문제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월드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상파 3사(SBS·KBS·MBC)로부터 한반도 중계권을 양도 받아 북한에 지원하는 형태로 중계되고 있다.

이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한국이 북한과 직접 협상해서 중계권을 주곤 했었다”며 “북한이 남북의 공식 협상과 남한의 직접적인 도움을 통해 중계권을 확보하면 한국 경기를 보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2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공연에서 BTS멤버 정국이 대회 OST인 '드리머스'를 부르고 있다. [연합]

앞서 북한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을 보도할 때도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공연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 조선중앙TV는 전날 오후 10시께 프랑스 대 호주 경기 일부를 녹화 중계하면서도 관중석에 보이는 태극기만 콕 집어 회색으로 보정했다. 또 경기장을 둘러싼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광고 역시 알아볼 수 없게 글자를 지웠다.

한편 북한은 이번 월드컵 예선 출전을 중도 포기했다. 북한은 2019년 9월 시작한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에 참여해 그해 10월 15일 평양에서 한국 대표팀과 맞붙었지만, 이듬해 4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공문을 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를 이유로 남은 경기를 포기한다고 알렸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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