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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년만의 인플레 속 ‘블프’...지갑 닫을까 열까 [힘들어도 블프]
24일 추수감사절 시작으로 연중 최대 쇼핑 시즌 개막
딜로이트 설문, 블프·사이버먼데이 지출 전년대비 증가 예상
빠듯해진 예산에 할인 행사 수요 증가, 신용카드·후불결제 이용도 늘어
마음 바쁜 소매업계, 할인 행사 앞당기며 한달 내내 세일
24일(현지시간) 미 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연중 최대 쇼핑 시즌이 열린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 습관이 변화한데다 40년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면서 일각에서는 예년과 같은 ‘블프 흥행’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연중 최대 쇼핑 대목이 돌아왔다. 24일(현지시간) 미국의 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이튿날 블랙프라이데이(이하 블프), 그리고 내주 사이버먼데이로 이어지는 연말 쇼핑 시즌이 본격적으로 열린다. 소위 ‘블프 시즌’은 유통가는 대대적인 할인 행사로 한해의 재고를 처리하고, 소비자는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다.

공격적인 할인과 치열한 ‘득템’ 경쟁이 블프의 익숙한 풍경이었던 때가 있었지만, 올해는 다르다. 40년만에 찾아 온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덩달아 치솟은 금리 때문이다.

유통가는 소비 심리 위축을 우려하며 평년보다 할인 행사를 서둘렀고, 시장과 전문가들은 올해 블프의 흥행 여부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기 침체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 이번 블프 시즌이 경기 둔화의 신호탄이 될지, 견고한 소비 심리와 경제 상태를 다시 보여주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흥행 성공 vs 실패, 엇갈리는 블프 소비 전망

최근 블프 소비에 대한 일부 설문조사와 소비 관련 경제 지표들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미 소비자들이 연말 지출을 늘릴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연말 지출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블프에는 지난해 190달러보다 많은 인당 205달러를 소비할 것이라고 밝혔고, 사이버먼데이에도 전년(175달러)보다 많은 217달러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딜로이트는 “인플레이션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가족들에게 연말이 밝고 즐겁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갑을 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7일 전미소매협회 조사에서 1억6630만명의 사람들이 2022년 추수감사절부터 사이버 먼데이까지 쇼핑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심리도 아직까지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10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1.3% 증가했다. 8개월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자 전문가 전망치인 1.0%도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지난달 소매판매를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지출 대부분이 가스와 식품 같은 필수품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달 발표된 3분기 국내총생산(GDP) 보고서에서 개인소비 지출 증가율은 전분기(2.0%)보다 낮은 1.4%로 집계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것(개인소비)은 여전히 괜찮은 성장이지만, 1분기와 2분기에 비해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25일(현지시간)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행사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린 뉴욕 맨해튼의 한 상점에서 쇼핑객이 걸어나오고 있다. [로이터]

고물가로 인한 소비 패턴의 변화도 감지된다. 컨설팅회사 알바레즈&마살의 최근 설문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7명이 올해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설문에서 응답자의 38%가 연말 쇼핑 시즌에 자신을 위한 선물에 더 적은 돈을 지출할 것이라고 답했다. 35%는 다른 이들을 위한 선물 비용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고, 14%는 연휴 시즌 휴가에 돈을 더 적게 쓸 것이라고 밝혔다.

변화하는 소비·쫓아가는 소매업계...이제는 블랙노벰버(Black-November)

블프의 흥행 여부와 별개로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소비 습관은 변화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은 돈을 절약하기 위해 가격표를 확인하고, 할인을 찾는 것에 더 익숙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BCG은 올해 연말 쇼핑 시즌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는데, 그 이유가 줄어든 예산 때문에 할인 제품을 찾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11월 미 펜실베이니아의 월마트 장난감 섹션에서 부자가 쇼핑을 하고 있는 모습.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예산이 빠듯해지면서 연말 쇼핑 시즌의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로이터]

물가 상승으로 연휴 소비를 위한 예산이 빠듯해지면서 신용카드 사용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블프 시즌 쇼핑객의 절반(48%)이 예산을 늘리려 신용카드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 35%보다 늘어난 것이다. 후불결제를 이용할 것이라는 소비자도 37%나 됐다.

연말을 맞아 선물용 ‘기프트 카드’ 구입이 늘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일종의 선불 카드인 기프트카드를 선물함으로써 받는 이로 하여금 생필품, 주유, 외식 등의 부담을 덜게 해주려는 고물가 시대의 트렌드다. 전미소매협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기프트 카드 총 지출 규모는 지난해(286억달러)보다 늘어난 281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유통업계의 블프 시즌이 더욱 앞당겨지고 있는 것도 분명한 변화다. 미 대형 유통업체 타깃과 월마트는 블프 한참전인 10월에 이미 할인행사를 시작했다. 온라인 유통업체와 경쟁하기 위한 올해 쌓인 엄청난 재고를 처리하기 위한 복안이자, 소비 심리 위축과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감이 낳은 결과다.

미국 금융정보 매체 고뱅킹레이트는 “하루 세일이었던 블프가 몇 달 동안 지속되는 쇼핑 이벤트가 됐다”며 “블랙프라이데이가 아닌 블랙노벰버(11월)”라고 설명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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