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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티도 선물도 기부도 찬바람...‘스크루지’가 된 미국인들
기록적 인플레에 소비시즌 ‘꽁꽁’
칠면조 가격 전년대비 24.4% 급등
추수감사절 만찬비용 37년만에 최고
가구당 성탄 선물 평균 16개→9개로
연말연시 소액기부 행렬 감소도 급격
“자금 부족” 44%, “특권층 몫” 42%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추수감사절을 맞아 열린 칠면조 사면식 연설 중 올해 사면받은 칠면조 ‘초콜릿’을 향해 마이크를 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중 칠면조가 소리를 내자 마이크를 들이대며 “할 말 있나”라며 농담 삼아 물었다. 칠면조 사면식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이 1989년 백악관 공식 연례행사로 만들었으며, 사면받은 칠면조는 추수감사절 식탁에 오르지 않고 죽을 때까지 보살핌을 받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사면식에서 “투표가 있었고, 개표가 이뤄졌고 검증됐다”며 “부정 선거는 없다”라며 공화당을 우회 겨냥하기도 했다. [AP]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추수감사절부터 블랙프라이데이(블프),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미국 최대 소비 시즌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인플레이션 탓에 생활비 급등 압박에 시달리던 미국인들은 온 가족이 모여 즐기는 추수감사절 식탁에서까지 고(高)물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기부 등에 필요한 지출까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연말 명절 소비시장에 찬바람만 불고 있다.

▶올해 추수감사절 만찬 비용 37년만에 최고...블프 특수도 비관적=21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과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미국 농업국이 조사한 올해 추수감사절 만찬 비용은 64.05달러(약 8만7172원)로 지난해(53.31달러)에 비해 20.1%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86년 미 농업국이 해당 비용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가다. 연간 상승폭 역시 가장 크다.

시장조사기관 IRI가 공개한 ‘2022년 추수감사절 추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추수감사절 만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칠면조 가격은 전년 대비 24.4%나 올랐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사룟값·인건비 상승 등에 더해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미 대륙을 강타하면서 연간 칠면조 생산량의 3%가 넘는 약 800만마리가 폐사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칠면조와 함께 필수 메뉴인 으깬 감자(매시 포테이토) 가격은 19.9% 상승했고, 크랜베리 소스 가격도 18.1% 올랐다. 이 밖에도 디저트용 파이의 주재료인 달걀과 버터(마가린 등 포함) 가격은 각각 74.7%, 38.5% 급등했고, 샐러드용 채소 가격도 다른 재료보다 상승폭은 작지만 8.7% 인상됐다.

연말 쇼핑 시즌을 알리는 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블프도 올해는 소비 특수를 노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미 소매업협회는 올해 블프 매출 증가 속도가 작년보다 매우 느릴 것이라고 예측했고, 최근 시가총액이 1조달러(약 1356조원) 아래로 떨어진 아마존 역시 이번 연말쇼핑시즌 때 역사상 가장 느린 성장을 예고했다.

▶“선물 개수 줄일 것...기부는 특권층의 몫”=미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에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한 여성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에게 여러 개의 선물을 줬었는데, 올해는 정말 가지고 싶은 선물 한 개만 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모습은 특정 가족이 아니라 미국인 전체로 번지고 있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지난 9월 5000명의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구당 선물 구매 지출 예상액이 지난해 평균 1463달러에서 올해 평균 1455달러로 소폭 줄었다. 이에 비해 선물 개수는 전년 평균 16개에서 올해 평균 9개로 크게 감소했다. WSJ은 소비자 금융 웹사이트 뱅크레이트의 지난 8월 조사 결과를 인용해 명절 쇼핑객의 84%가 쿠폰·할인에 의존하거나 더 싼 브랜드 제품을 쇼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직접 선물을 만들어 돈을 절약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팍팍해진 살림은 한해 기부금의 약 20~30%가 몰리는 연말연시 기부 행렬도 끊어지게 만들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키바(Kiva)’가 미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4%는 ‘자금 부족’, 42%는 ‘기부란 특권층이 해야 하는 것’이란 이유로 지난해보다 기부를 덜 할 계획이라 답했다. 또 비영리단체 기빙투스데이는 올해 미국 전역에서 500달러 이하 소액 기부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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