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강경대응 택한 尹대통령…도어스테핑 중단 장기화할 듯
尹대통령, 21일부로 출근길 문답 중단
18일 MBC 기자-비서관 충돌 사태 여파
“MBC, 취재 아닌 정치” 대통령실 내 격앙
사실상 ‘MBC 징계’ 재개 조건 내세운 셈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시대’의 상징이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하면서 파장이 거세다.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도어스테핑 과정에서 벌어진 MBC 기자와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이 충돌을 중단 이유로 내세우며, 사실상 ‘MBC 기자 징계’를 도어스테핑 재개 조건으로 건 상태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중단된 도어스테핑이 쉽사리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해당 기자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도어스테핑 중단 역시 이 같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다수의 참모진이 윤 대통령에게 중단을 건의했으며 경호처도 돌발 상황 재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역시 ‘MBC가 취재가 아닌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 같은 강경파들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그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MBC에 대한 조치 없이는 재개가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대통령실이 중앙기자실 풀기자단(출입기자단)에 논의를 요청한 조치 방안은 해당 기자에 대한 ▷출입기자 등록 취소(해당 언론사 1년 이내 출입기자 추천 불가) ▷기자실 출입정지 ▷기자 교체 요구 등 3개 방안이다.

또 충돌 당사자인 이기정 홍보비서관이 아닌 도어스테핑 등 전반적인 언론 관리를 담당하는 김영태 대외협력비서관(옛 국민소통관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도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

다만 MBC가 자발적으로 출입기자 교체 등에 응할 가능성이 낮은 터라 도어스테핑 중단 사태는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김 비서관의 사의 표명이 MBC 보도본부장, 사장 등 책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퇴 등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란 시각도 있으나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출입기자단 역시 “징계를 논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며 별도의 의견을 내지 않기로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도어스테핑은 윤석열 정부의 최대 성과이자 무분별한 속보 경쟁, 지나친 메이저 중심 보도의 폐해를 시정한 상당히 진일보된 통치행위”라며 “여러 가지 리스크에도 큰 틀에서 보면 미래지향적이면서 평가할 만한 것들이 많았다”고 높게 평가했다. 엄 소장은 “MBC가 너무 진영적 보도를 일삼았던 측면이 있긴 하지만 법적 대응과 진실규명, 동시에 포괄적인 언론자유 보장이 ‘투트랙’으로 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 “그동안 도어스테핑에서 정제되지 않은 워딩이 남발되면서 윤 대통령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있었다”며 “당분간 중단 상태에서 내부 정비, 언론 대응에 대한 건설적인 재검토가 이뤄진 후 재개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역시 “대통령실이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대항한다는 느낌”이라며 “물론 MBC가 상당히 잘못됐다는 느낌은 들지만, 대통령실이 너무 직접적으로 대응하면서 특정 언론이 오히려 명분을 갖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하며 도어스테핑을 하겠다고 하고 기자실을 대통령실과 같이 두겠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MBC 때문에 모든 언론과 도어스테핑을 중단한다는 것은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며 “MBC에게는 정식으로 반론 보도 요청,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의 절차를 밟고, 집권세력으로서 보다 포용력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yun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