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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번째 논의도 ‘無성과’ 도돌이표…北도발 “안보리 강력대응” 공허한 메아리
美 “중러가 동북아·전세계 위험에 빠뜨려”
中 “훈련 중단·제재 완화 등 신의 보여라”
北도발→안보리→美서방vs중러 대치 반복
안보리, 러시아 침공으로 구조적 문제 봉착
北 “美군사공조에 불가피한 조치” 명분 제공
한미, 독자제재·사이버위협 대응 공조
북한이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북한의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대응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회의가 또다시 성과없이 종료됐다. 올해 북한 관련 안보리 논의만 10번째인데, 미국 중심의 서방과 중국·러시아의 대치로 추가 제재 결의는커녕 성명도 내지 못하는 공전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21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는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며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반면 중러는 북한의 무력 도발이 미국 탓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비토권을 보유한 두 국가가 북한을 대담하게 하고 있다”며 중러의 비토권 남용을 겨냥했다. 그는 “이 두 나라의 노골적인 방해가 동북아와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이런 행동을 용납한다면 책임 있는 핵무기 관리국으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안보리가 북한이 올해에만 ICBM을 8번 발사한 것을 보면서도 공약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며 “이제 안보리 이사국들이 힘을 합쳐 북한의 무모한 핵도발에 굳건히 대응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2017년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안보리는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 자동으로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 하지만 중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러는 미국이 연합훈련으로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며 화살을 돌렸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대화로 복귀하기 위해 미국은 신의를 보여야 한다”며 특히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는 “미국 억제 수단을 한반도와 역내에 배치하는 문제와 관련해 지도자급에서 무책임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근시안적이고 대립적인 군사 행동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번 회의 역시 이전과 마찬가지로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한미일 등 14개국 대사들은 회의 직후 장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은 안보리 의장성명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에 안보리 회의가 소집되지만 서방 국가와 중러의 대치로 가시적인 결과 없이 끝나는 상황이 계속되는 도돌이표다.

윤 대통령은 18일 북한의 ICBM 발사에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 임석해 “안보리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규탄과 제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21일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주한 중국·러시아 대사와 통화하며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보리 대응은 열 번째에도 성과없이 종료되면서 외교적으로 실효적인 압박 카드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각국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연합]
‘세계의 경찰’ 유엔 안보리, 구조적 문제 직면

1945년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5개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이 상임이사국으로 구성돼 출범한 유엔 안보리는 심각한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세계의 경찰’을 자임한 유엔 안보리의 역할이 깨진 것이다.

미중 갈등 상황과 맞물려 안보리 내 갈등이 표출되면서 국제사회의 규범과 원칙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유엔의 수명이 다된 것 아니냐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계속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리의 결정적인 문제가 드러났고, 현상적으로 나타난 또 하나의 결정적인 문제가 북한”이라며 “안보리가 자기모순에 빠져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6~17년 5개의 포괄적 제재 결의안이 통과됐을 당시 협력했던 중러가 스스로 이를 비토해 버린 것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는 중러에 명분을 실어주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안보리 공개회의를 앞둔 21일(우리시간) 담화를 내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향해 “미 백악관이나 국무성의 일원이 아닌가 착각할 때가 많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과 추종 세력들의 위험한 대조선 군사공조 움직임 때문에 초래된 조선 반도와 지역의 우려스러운 안보환경 속에서 우리가 불가피하게 자체 방위를 위한 필수적 행동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데 대하여 명백히 하였으며 미국이 재앙적 후과를 원치 않는다면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책임을 돌린 것이다.

박 교수는 “북한이 안보리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구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중러가 북한의 편을 들어주기 위해 최소한 명분이 있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외교전을 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리가 유명무실해지면서 한미는 최근 독자제재로 협력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지원하는 사람, 기관을 대상으로 독자제재를 하고, 여러 국가가 이에 동참하는 것이다. 독자제재는 실효성보다는 상징성의 의미가 크다.

또 최근에는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사용되는 불법 사이버 활동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16일 개최된 제2차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 실무그룹 회의에서는 암호화폐 탈취 등 날로 다양화되고 있는 북한 불법 사이버 활동의 구체 사례와 수법을 공유하고, 사이버 분야 대북제재를 포함해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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