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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금 금리도 못올려, 은행채 발행도 못해" 손발묶인 은행
해외서 자금 조달도 쉽지 않아
저원가성 예금 줄줄이 이탈
은행권 “조달 창구 딱히 없어” 난처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되고. 어쩌란 말이냐”

시중은행에 은행채 발행 자제를 요청했던 금융당국이 이번엔 예금금리 경쟁에 경고등을 켰다. 은행권의 지나친 예금 금리 경쟁이 결국은 대출 금리 인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취지지만, 은행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각종 이벤트로 해외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당국의 이같은 요구가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는 얘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것이 불가피하나 은행들이 금리 상승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경제에 부담을 줄일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당국에서는 은행권에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당국이 예금금리 인상 자제를 강조한 건 수신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예금 금리 인상은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연동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미 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굳이 은행들이 예금금리 경쟁을 하지 않더라도 역머니무브가 충분히 이어지고 있지 않냐”며 “불필요한 경쟁을 통해 시장을 왜곡시키지 말라는 의미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은행이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면 제2금융권 등 타 업권에 유동성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당국의 이런 주문에 은행권은 난처한 모습이다. 그간 예대금리차 공시까지 추진하며 ‘사실상’ 예금금리 인상을 유도해왔다. 금리인상에도 은행권이 이자장사에 주력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상황에서 예금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게 그간 주문과 배치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다른 조달 창구를 뚫는 것도 쉽지 않다. 더욱이 최근 시중은행들은 자금경색 사태를 진정시켜야한다는 당국의 요청에 따라 은행채 발행을 자제해 온 상태다. 이 가운데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은행권에서 저원가성 예금은 지속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저원가성 예금은 10월 중에만 44조2000억원 이탈했다. 지난 7월 53조3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번째 수치다.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는데다 당국에서 은행채 발행까지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내놓다보니 자금조달 수단이 사실상 정기예금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도 쉽지 않다. 레고랜드에서 시작된 채권 시장의 위기가 보험사의 콜옵션 행사 연기 이슈 등으로 번지면서 금융시장 전반의 신뢰 문제로 번지면서 한국계 외화채권(KP물)에 대한 인기가 식은 탓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올 연말 만기가 돌아오는 원화채권은 차환 수준에서 발행 예정이며, 외화채권의 경우 올해 추가로 예정된 공모 발행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며 “대손충당금 적립 등 대내외 금융상황에 대응해 버퍼 역할을 할 수 있는 자금을 보유해야하는 입장에서 최근 당국의 스탠스에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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