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美 의회 유리천장 깬 ‘산증인’...82세 펠로시 하원의장, 20년 만에 퇴진
17일 하원 연설서 차기 당 지도부 선거 불출마 선언
“우리는 이제 미래로 나아가야”…‘세대 교체’ 강조
47세에 정계 입문, 2007년 첫 여성 하원의장에 당선
조력자이자 견제자로 강력한 리더십 보여줘
미 의회 유리천장을 깬 살아있는 역사이자 지난 20년간 민주당을 이끈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17일(현지시간) 하원 연설에서 차기 당 지도부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세대 교체를 강조하며 “이제 우리는 대담하게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펠로시 의장이 입은 흰 옷은 여성 참정권의 상징이기도 하다. [EPA]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민주당을 이끌 새로운 세대가 필요하다”

20년간 민주당을 이끌어 온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당 지도부에서 물러난다. 펠로시 의장은 17일(현지시간) 하원 연설에서 내년 1월 개원하는 차기 의회에서 당 지도부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미 의회의 ‘유리 천장’을 깬 살아있는 역사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자신의 퇴진을 밝히는 연설에 흰 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흰 옷은 여성의 참정권을 상징한다.

그는 “이제 우리는 대담하게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에게 ‘미래의 민주당’을 부탁했다. 그리고 “미국 민주주의는 장대하지만 허약하다”면서 민주주의의 수호자로서 당과 의회의 역할도 당부했다.

당 지도부에서 물러나지만 펠로시 의장은 하원의원으로서, 당의 멘토로서 역할은 계속할 예정이다. 미 정치매체 더힐은 “펠로시는 새로운 지도부가 누구든 매끄러운 리더십 전환을 위해, 민주당의 멘토로서 역할하며 당에 남을 것”이라며 “통상 당 지도부가 퇴진과 동시에 의회를 떠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전했다.

보궐선거가 열린 1987년 당시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 후보가 샌프란시스코 선거 본부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가정주부였던 그는 47세의 늦은 나이에 정계에 입성했다. [AP]

1940년 메릴랜드 볼티모어에서 태어난 그는 민주당 하원 의원을 지낸 부친을 보며 정치에 관심을 키웠다. 대학에서도 정치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졸업 후 곧바로 폴 펠로시와 결혼했고, 한동안 자녀 육아와 가사에 전념했다. 그리고 47세이던 1987년 보궐선거를 통해 늦깎이로 정계에 입문했다. 펠로시 의장은 “가정주부에서 하원의장이 된다는 것은 생각지 못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2002년 주요 정당 여성인사로서 처음으로 하원 원내대표 자리에 올랐다. 2007년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에는 여성 최초로 하원의장에 당선돼 유리 천장을 깼다. 2011년 하원의장직을 내려놓은 펠로시 의장은 이후 2019년 민주당이 하원 다수를 차지하자 다시 의사봉을 잡았다.

조지 W 부시(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모습. 펠로시 의장은 부시 정부 시절인 2007년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하원의장에 당선되며 유리천장을 깼다. [로이터]

특유의 리더십으로 그는 민주당 정권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공화당 정권의 양보없는 카운터파트너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화당 여성 정치인인 데비 딩겔 하원의원은 “펠로시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즐겁지 않았지만, 그는 일을 완수하기 위해 반대편 사람을 모으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펠로시 의장은 오마바 정부 시절 ‘오바마케어’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대응을 위한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 마련에 큰 역할을 했다.

2019년 2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의회 연설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정부 시절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두 번이나 가결했다. [AP]

트럼프 정부 시절에는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두 번이나 가결했다. 특히 펠로시 의장은 지난 2020년 2월 의회 연두교서에 나선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연설 전 자신의 악수를 거부하자 연설 직후 의장석에서 연설을 찢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을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민주주의의 수호자’라고 칭했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 “역사는 그를 우리 역사상 가장 훌륭한 하원의장으로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퇴신을 발표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연설이 끝나자 하원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날 자리에 공화당 의원은 대부분 참석하지 않았다. [AP]
balm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