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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값' 뽐내던 IT 인력들 실직자 신세...올해만 10만명 해고
IT 기업들 호황 때 투자 유치 위해 ‘인재 전쟁’
인플레·금리인상發 침체로 ‘채용 거품’ 빠져
해고 바람 시작에 불과...추가 감축 불가피
빅테크 감원, 美 부동산까지 타격
[게티이미지뱅크·각사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심취해 인재를 ‘초과 고용’하는 것이 그동안 IT 업계엔 명예 훈장과 같은 일이었다.”

지난해 100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가장 비싼 스타트업’으로 알려진 온라인 결제 서비스 업체 스트라이프의 패트릭 콜리슨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직원의 14%를 해고할 예정이라 밝히며 한 말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0년여간의 호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급성장한 IT 기업들이 철저한 분석에 따른 미래 전망 없이 고액의 연봉과 스톡옵션, 쾌적한 근무 환경 등 수많은 특전을 약속하며 인재 영입 전쟁을 벌인 결과 발생한 ‘초과 고용’의 후폭풍이 현재 미국 IT 업계에 휘몰아치고 있다고 최근 분석했다.

NYT는 “규모를 따지지 않는 공격적인 인재 채용 등으로 ‘대졸자가 가장 취업하기 원하는 직장’ 목록에 포함되는 것이 IT 업체의 혁신과 성장을 상징하는 하나의 정체성이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 간 이어진 ‘제로(0) 금리’로 시중에 풀린 천문학적인 자금이 IT 기업들로 흘러 들어가는 ‘과잉 자본’ 현상을 낳았다고 봤다. 이 자본으로 무장한 IT 기업들이 적극적인 마케팅, 인수·합병(M&A) 등에 나서며 덩치 키우기 경쟁에 돌입했고, 이는 곧 인재 확보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아마존이 인수한 인공지능(AI) 회사 바디랩스를 공동 창업한 에릭 라클린은 “벤처캐피탈(VC) 등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선 회사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만 했고, 이를 가장 손쉽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인재 채용을 통한 외형 성장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록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기준 금리를 급격히 올리며 IT 업계의 ‘채용 거품’도 빠르게 빠지기 시작했다. 팬데믹 후 미국 IT 업계의 인력 감축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는 ‘레이오프(Layoffs)’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2만300명의 IT 업계 종사자가 해고됐고, 연초 이후 누적 수치는 10만명이 넘는다. 가상자산 등 IT 업계에서도 가장 실험적인 영역에서 일자리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는 지난주 전체 직원의 13%인 1만1000명 이상을 해고키로 했고, 이달 초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 역시 전체 직원의 13%에게 해고를 통지했다.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인수한 이후 전체 직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3700명을 해고했다. 아마존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만명 규모의 해고를 예고했다.

NYT는 “IT 업계에 불어닥친 채용 한파는 금리 인상 등 거시경제적 요인에 따른 것인 만큼 단시간 내 해결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해고의 속도가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신규 채용을 줄이는 정도만 했다. 이들 대형 기업까지 가세하면 IT업계에 살벌한 해고 한파가 몰아칠 수 밖에 없다.

한편, IT 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 여파는 미국 부동산 시장까지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동산 컨설팅업체 CBRE를 인용해 현재 기술 기업들이 부동산 시장에 내놓은 매물이 3000만평방피트(약 84만평) 규모에 이른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19년 4분기 전대 매물 규모인 950만평방피트(약 26만7000평)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또 부동산 데이터를 제공하는 코스타에 따르면 미국 전체의 사무실 공실률은 현재 12.5%로,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높다.

임대 수요 감소로 임대인들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벌써 나오고 있다. 니콜라스 블룸 스탠포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력 감축에 따라 사무실 규모를 줄이는 것은 팬데믹으로 인한 원격 근무제 확산보다 (임대 시장에) 훨씬 더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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