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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순방 징크스

이만하면 ‘순방 징크스’라 불릴 만하다. 통상 대통령이 해외 순방길에 오르면 지지율이 올라가고 온나라는 외교 이슈에 집중하게 마련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윤 대통령의 순방 전후로 각종 논란이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이번엔 논란도 대통령실 스스로 만든 측면이 크다.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 출국을 이틀 앞둔 9일 MBC 출입 기자들에게 공군1호기인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대통령실은 “전용기 탑승은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된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다음날인 10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대통령이 많은 국민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며 “기자 여러분도 그렇고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서는 취재 편의를 제공한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주면 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MBC 탑승 불허의 진짜 이유는 “가짜뉴스”라고 한다. 논란은 커졌다. MBC는 “취재 제약”이라며 반발했고 결국 민항기를 타고 윤 대통령의 순방 취재에 나섰다. 대통령실 중앙기자실 풀(pool·대표취재) 기자단은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기자단의 전용기 탑승 비용이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가짜뉴스’ 때문에 더 들끓었다. 여당의 한 국회의원이 ‘대통령 전용기 탑승 비용이 민항기 가격의 4분의 1’이라고까지 주장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 직원, 부처 공무원들은 세금으로 이용하지만, 기자단은 되레 민간기보다 더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도 ‘꼬리칸’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번 논란은 두 번째 순방이었던 지난 9월 영국-미국-캐나다 방문 당시의 연장선상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9월 말 미국 뉴욕에서 윤 대통령 발언을 MBC가 왜곡 보도했다며 MBC 측에 해당 보도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당시 MBC는 윤 대통령이 뉴욕의 한 국제회의장을 떠나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 X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며 영상과 함께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반박했고, ‘이 XX들’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말한 사람(윤 대통령)이 아니라고 한다”며 부인했다. 좀처럼 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윤 대통령이 세 번째 공군1호기인 전용기에 올랐다. 아직도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 ‘이 XX’인지 아닌지를 두고 온 나라가 들썩이는 셈이다.

윤 대통령의 첫 순방이었던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스페인 방문 당시에도 잡음이 컸다.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인 A씨가 동행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귀국할 때는 윤 대통령 부부와 수행단, 취재진 등 200여명이 탄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해 야권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그야말로 국민 세금을 들여 비서관 배우자를 태운 일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재임기간 적게는 10회, 많게는 50회가량 해외 순방을 다녀왔다고 하는데, 윤 대통령은 이제 겨우 세 번째다. 갈 길이 멀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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