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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립토닷컴 코인 20%대 급락…FTX발 위기 ‘소비자 보호 엉성’ 가상자산 업계에 충격파
10월 크립토닷컴 계좌서 이더리움 80% 타 거래소로 송금
투자자 인출 러시…회사 측 “콜드 스토리지로 옮기려 했으나 실수”
업계 전문가 “지갑 공개 전에 대량 화폐 이동은 문제의 징후”
13일(현지시간) 글로벌 15위권 가상자산 거래소인 크립토닷컴이 발행한 코인 크로노스가 20%대 급락했다. FTX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가상자산 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크립토닷컴이 대량의 이더리움을 다른 거래소로 송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회사 측은 실수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업계가 고객 인출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금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파산보호를 신청한 가상자산 거래소 FTX발(發) 위기가 다른 거래소까지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상자산에 대한 소비자 보호 규정을 보면 주요국의 56%가 ‘무방비 상태’로 엉성해 가상자산 리스크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매머드급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이날 크립토닷컴이 발행한 코인 크로노스는 24시간 전 대비 20%대 급락했다. 크립토닷컴은 거래량 기준 글로벌 15위권의 가상자산 거래소다.

크로노스의 이날 급락은 지난 10월 크립토닷컴 계좌에서 보유 이더리움의 80%가 넘는 32만개의 이더리움이 비슷한 규모의 게이트아이오 거래소로 송금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발생했다. 이 사실은 한 트위터 사용자가 블록체인 거래 기록을 근거로 해당 송금 내역을 확인하면서 뒤늦게 세상에 드러났다.

크립토닷컴은 서둘러 불끄기에 나섰다. 크리스 마잘렉 크립토닷컴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애초 오프라인 지갑인 새로운 ‘콜드 스토리지’(cold storage)에 옮겨질 예정이었던 이더리움이 “다른 계좌로 잘못 송금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게이트아이오에서 4억달러(5200억원)의 이더리움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크립토닷컴 대변인도 “고객 예금과 완전히 일치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회사의) 입출금 활동 변화는 고객 서비스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객 자금은 모두 ‘콜드 스토리지’에 보관돼 있고 바로 입출금이 가능한 ‘핫 월렛’(hot wallet)은 기업 자산만을 위한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가뜩이나 FTX 사태로 날이 선 투자자들은 회사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자금 인출에 나섰다. 이들 거래소가 고객 자금 인출에 대비한 준비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고 있고 이처럼 서로 부족한 자금을 빌려주며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확산하면서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아거스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7시(동부시간 기준)부터 이튿날 오전 5시 30분까지 크립토닷컴 고객들은 1400만달러 상당의 이더리움과 그 외 3900만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인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크립토닷컴은 다른 지갑에서 3300만달러를 이동시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오웬 라파포트 아거스 창업자는 “크립토닷컴이 고객 인출을 감당할 충분한 자금은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가상자산 시장 내 불안감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FTX 파산으로 거래소 고객들이 투자금 전부를 잃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시장 불안으로 코인 가격이 급락하며 가상자산 투자 손실도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크립토닷컴의 대규모 송금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반응이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는 트위터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가 자신의 지갑주소를 보여주기 전이나 후에 대량의 화폐를 이동해야 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문제의 징후”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시네아메인벤처스의 에덤 코크란 분석가는 “전반적으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크립토닷컴을 비롯한 다수의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FTX의 파산신청 이후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수일 안에 보유 적립금을 공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자신의 자산이 거래소의 준비금으로 충당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주요 국가들은 숨죽이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FTX 파산으로 기관 투자자와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예치금을 모두 날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사태가 확산할 경우 자국 투자자들이 대거 소위 ‘코인판 리먼 사태’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만명 이상이 FTX 거래소를 직접 이용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FTX 고객 입장에선 이미 무너진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예치금 상당 부분을 회수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심지어 가상자산은 파산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데다, 상당수 국가가 가상자산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규정을 마련하고 있지 않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불안감은 더욱 높다. 실제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이 주요 20개국을 포함해 이란, 파키스탄, 필리핀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국 2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중 11개국(44%) 만이 가상자산 관련 소비자 보호 규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FTX의 본사가 위치한 바하마 당국은 FTX에 대한 위법 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13일 바하마 경찰은 성명을 통해 “FTX의 붕괴와 ‘FTX 디지털 마켓’의 잠정 청산에 대해 금융범죄수사과 조사팀이 바하마 증권위원회와 긴밀히 공조해 위법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자신이 아르헨티나로 도피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바하마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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