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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에만 40마리 야생동물이 로드킬 당했다
통계 누락 감안하면 10만마리 추정…국토 1㎢당 도로 1㎞
생태통로·유도울타리 설치하면 80% 줄어
고라니 [연합]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최근 3년 동안 도로에서 목숨을 잃은 야생동물이 4만마리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생태적응팀 연구진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과학기반의 로드킬 저감 및 생태통로 개선 노력과 그 효과' 보고서에서 2019∼2021년 로드킬을 당한 야생 포유류와 조류가 4만3660마리에 이른다고 밝혔다.

종별로 보면 고라니가 2만9349마리로 전체 로드킬의 67.2%를 차지했다. 이어 너구리(5437마리), 노루(2039마리), 족제비(671마리), 멧돼지(573마리), 오소리(522마리), 멧토끼(161마리) 순이었다.

도로 유형별로는 국도에서 2만9086마리, 시·군·구도에서 6029마리, 고속도로에서 2254마리, 지방도에서 3192마리가 스러져갔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까지 한국에 건설된 도로는 총 11만3405㎞로, 국토 1㎢당 도로가 1㎞ 이상 깔려있다. 생활권이 0.8∼1.2㎢인 너구리 입장에서는 1㎞ 넘는 도로를 끼고 살아가는 셈이다.

연구진은 미수집 사례를 포함하면 로드킬을 당한 야생동물은 10만마리를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5월부터 '동물 찻길 사고 조사 및 관리 지침'을 만들어 포유류와 조류의 로드킬 발생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다람쥐처럼 덩치가 작은 설치류는 통계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생태통로 [연합]

정부는 로드킬을 줄이고 도로로 단절된 생태축을 잇기 위해 생태통로와 야생동물 유도 울타리를 설치해왔다. 실제 로드킬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도로 50곳에 생태통로와 야생동물 유도 울타리 등 로드킬 저감 시설을 설치한 결과, 로드킬 발생 건수는 2019년 1197건에서 2021년 237건으로 80.2% 감소한 바 있다.

송의근 국립생태원 전임연구원은 "도로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건설한 건데, 언제까지 인간만 편의를 누릴 순 없다"며 "지구상에 다른 생물체 없이 인간만 살 수 있냐면 그럴 수 없다는 데에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중대형 포유류의 로드킬은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도 발생시킨다"라며 "야생생물을 떠나서 사람도 다치고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문제"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한편 1994년 유해야생생물로 지정된 고라니는 서식밀도가 너무 높아 농림수산업에 피해를 발생시킨 것으로 인정되면 포획될 수 있다. 국내에는 70만마리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제적으로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동식물 목록인 적색목록에 취약(VU·Vulnerable) 등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이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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