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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올해 최고부자, '물장사’ 이 사람…마윈은?
2022년 후룬연구소 선정 중국 최고 부자에 오른 중산산(왼쪽) 눙푸산촨 회장. 마화텅(가운데) 텐센트 회장은 5위, 마윈(오른쪽) 알리바바 창업주는 9위로 각각 밀렸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 “마윈, 마화텅...IT 핵인싸들은 다 어디 갔나”

한때 중국 부호리스트를 주름잡았던 IT업계 인사들을 제치고 올해 중국 최고 부자는 눙푸산촨(農夫山泉)이라는 생수 회사의 창업자 중산산 회장이 차지했다. 지난해 이어 두번째다.

지난해 중산산 회장이 1위를 차지했을 때만 해도 중국 미디어들이 “마화텅 텐센트 회장을 앞지른 중산산 얼마나 오래 버틸까”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올해 마화텅과 격차를 더 벌였다. 마화텅은 지난해 부호 순위 4위에서 올해 5위로 오히려 떨어졌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의 성적은 더 초라하다. 마윈은 2014년과 2018~2020년 4년이나 1위에 올랐다. 2020년에는 순자산이 4000억위안(약 74조5480억원)을 찍었다. 하지만 올해 9위로 밀려났다. 심지어 축산 육가공 기업인 무위안(牧原)의 친잉린 회장에게도 밀렸다.

2020년 중국 정부의 규제가 시작되기 전 한 토론회에서 알리바바 마윈(왼쪽) 회장과 텐센트 마화텅(오른쪽) 회장이 토론하며 웃고 있다. [연합]

마윈 뿐 아니라 중국의 빅테크 ‘핵인싸’ CEO들의 순자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더 축소됐다. 이들의 대부분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근황조차 알려지지 않는다.

'첨단 산업'에서 '전통 제조업'으로 중국 최고 부호 자리가 더욱 공고해지자, 현지에서는 마윈, 류창둥(징둥닷컴 창업자), 마화텅 등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 ‘허세’ 섞인 입담을 뽐내던 시절이 그립다는 자조섞인 반응도 나온다.

'순자산 86조원'…中최고 부호 ‘외로운 늑대’ 중산산 회장 누구?

매년 중국 부호 순위를 발표하는 후룬리포트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중산산 회장은 순자산 4550억위안(약 86조원)으로 올해 중국 최고 부호에 등극했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 방역으로 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중산산 회장의 순자산은 지난해보다 650억위안 늘었다.

중국 점유율 1위 생수 브랜드 눙푸산촨.

중국에서 물을 사면 열에 여덟은 빨간 뚜껑과 빨간 라벨에 초록색 산이 그려진 눙푸산촨을 집게 된다. ‘국민생수’로 불리는 눙푸산촨은 중국 생수시장 점유율 1위다. 중국의 생수업체가 약 40만개 임을 감안하면 독보적이다.

창업자인 중산산 회장은 자수성가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1954년생인 중 회장은 문화대혁명(1966~1976년) 당시 학업을 중단하고 건설현장 노동자로 일했다. 공부 욕심이 많았던 그는 문화대혁명이 끝난 후 야간 대학에 진학했으며, 대학 졸업 후 신문사 기자로 취업했다. 이후 1988년 민간 신문사 창업을 시작으로 건강보조식품회사에 이어 1996년 생수기업을 창업했다.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은둔형 기업인 중산산 눙푸산촨 회장 [게티이미지]

당시 생수시장은 이미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할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눙푸산촨은 다른 생수회사들이 저렴한 증류수를 사용할 때 저장성 항저우 쳰다오후의 천연수를 사용해 ‘미네랄이 풍부한 깨끗한 물’ 이라는 이미지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우리는 물을 만들지 않습니다. 우리는 대자연의 배달원일 뿐입니다”라는 이 회사의 광고 문구는 유명하다. 2012년 생수업계 1위로 발돋움한 후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눙푸산촨 생수 [게티이미지]

눙푸산촨의 수익률은 무려 60.2%에 달한다. 2위안짜리 생수 한병을 팔면 1.2위안의 이익이 남는 셈이다.

하지만 중산산 회장은 ‘은둔형 기업가’로 유명하다. 빅테크 창업자들처럼 대중들과 소통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의견을 드러내기는 커녕 재계 사람들과의 교류로 드물다. 정치와는 더더욱 거리가 멀다. 그의 은둔형 사업 스타일이 오히려 시진핑 정권에서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 회장은 백신 제조업체 베이징완타이바이오의 지분 84%도 보유하고 있다. 2020년 상장한 이 회사는 코로나 확산으로 한때 주가가 세자릿수 폭등을 보인 바 있다.

"마윈, 어디 있나요"...자취 감춘 빅테크 기업인들
일론 머스크가 ‘중국 빅테크 기업인들의 최근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을 받고 “음...근데 마윈은 어디 갔죠”라고 묻고 있다. [웨이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영상이 화제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중국 빅테크 기업인들의 최근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머스크는 “음...”하며 대답을 머뭇거리더니 “근데 마윈은 어디 갔죠”라고 묻는다. 이 영상을 본 네티즌들이 그의 말을 복사해 “마윈은 어디 갔죠”라는 글을 올렸지만, 현재는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특히 세계인터넷대회 우전서밋이 9~11일 열리면서 빅테크 기업인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우전서밋은 중국이 정보기술 강국의 위상을 높이려고 2014년 이후 매년 우전에서 개최하는 국제 행사다. 2019년 6회 때㈜는 애플의 팀 쿡 CEO와 구글의 순다이 피차이 CEO 등 세계적인 기술기업 대표들이 대거 참여한 바 있다. 올해는 강도 높은 코로나 방역으로 해외 인사 참석은 어려울 전망이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 [게티이미지]

마윈과 같은 중국 '핵인싸' 빅테크 기업인들의 참석도 불투명하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시대적 기업인만 남아 있을 뿐, 기업인의 시대는 없다’는 글이 돌고 있다.

여기에는 “마윈은 더이상 큰소리로 떠들지 않고, 류창둥은 더이상 불만을 말하지 않는군. 위민훙은 ‘영혼이 닭고기 스프’ 같은 치유의 말을 하지 않고, 레이쥔이 치는 ‘드립(애드리브)’도 들을 수 없군. 마화텅은 철저하게 입을 닫은지 오래됐고, 리옌훙은 자취를 감췄고. 장차오양은 물리를 가르치러 가버렸고, 딩레이는 침묵한다~”는 시구 같은 글이 쓰여있다.

2년 전 중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발언을 하면서 고꾸라지기 시작한 마윈은 최근 공개석상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다양한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당국에 체포됐다는 설이 돌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닌듯하고, 최근에는 해외에 은둔하고 있다는 설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기업 규제로 온라인상거래업체 징둥닷컴의 류창둥 회장도 올해 경영에서 사퇴했으며, 황정 핀둬둬 창업자, 장이밍 바이트댄스 창업자 등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가하면 중국 사교육 황제인 위민훙 신둥팡그룹 창업자는 시진핑 정권의 사교육 규제로 완전히 곤두박질쳤다. 레이쥔이 이끄는 샤오미는 코로나 방역으로 2분기에 전분기 대비 20% 하락한 실적표를 받았다.

마화텅 텐센트 회장[게티이미지]

그나마 중국 정부에 순종하는 마화텅 텐센트 회장과 바이두 리옌훙 회장은 올해 순자산 하락을 면치 못했다. 포털 써우후닷컴 장차오양 창업자, 넷이즈닷컴 딩레이 창업자 등도 아무런 존재감 없이 지내고 있다.

中부호, 첨단 산업→전통 제조업 '역설'
장이밍 틱톡(동영상 앱) 창업자

중국 IT 기업의 후퇴는 올해 후룬 부호 순위에서도 드러난다.

1위 눙푸산촨 중산산 회장에 이어 2위는 장이밍 틱톡(동영상 앱) 창업자, 3위는 쩡위친 닝더스다이(배터리) CEO가 차지했다. 마윈과 마화텅 회장이 오랫동안 1~2위를 다퉜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4위는 리자청 청쿵그룹(홍콩 복합그룹) 창업자, 5위는 마화텅 텐센트(IT) 회장, 6위는 딩레이 넷이즈닷컴(IT) 회장, 7위는 허헝젠 메이디(가전) 회장, 8위는 친잉린 무위안(육가공 축산) 회장, 9위는 마윈 알리바바(IT) 창업자, 10위는 황정 핀둬둬(소셜커머스) 창업자 등이다.

쩡위친 닝더스다이(배터리) CEO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첨단산업이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부상한 시대에 중국의 최고 부자가 생수기업이라는 점이 놀랍다”면서 “지난해 중국에서 순자산이 증가한 기업은 400여개에 달하는데 대부분 제조업, 식음료, 에너지 등 전통업종”이라고 분석했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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