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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TX, 고객 돈 빼내 위험 계열사 지원”...美당국 조사 착수
계열사에 고객예치금 절반 달하는 자금 포함
13.6조 거액대출로 유동성 위기 방아쇠 역할

자금난으로 파산 위기에 몰린 가상화폐거래소 FTX가 고객 돈을 빼내 위험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나 미 규제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FTX가 고객 예치금을 포함해 계열사에 대출해 준 돈이 모두 13조 원을 넘었으며, 이 거래가 FTX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FTX는 최근 160억 달러(21조8400억 원) 고객 자금의 절반 이상을 알라메다에 지원했다. 샘 뱅크먼-프리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투자자에게 이 계열사에 빌려준 전체 금액이 100억 달러(13조65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WSJ은 당국 규제를 받는 금융회사의 경우 고객 자금을 다른 회사 자산과 분리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을 받는다며 FTX의 위법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국 경제학자 프랜시스 코폴라는 “거래소는 고객 예치금 관리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며 “고객 자산으로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되고 투자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보관해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FTX와 알라메다는 모두 뱅크먼-프리드가 창업한 회사다. FTX는 고객들의 코인 거래를 중계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돈을 벌지만, 알라메다는 위험 자산에 직접 투자한다.

알라메다는 설립 초기에는 미국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해 일본 거래소에서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차익거래로 재미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기법의 하나인 ‘일드 파밍’(Yield Farming·코인 유동성을 공급해주고 그 대가로 코인을 받는 거래) 투자에 주력했다. 하지만 대출 영업도 했던 알라메다는 디파이 업체 보이저 캐피털에 코인을 빌려줬다가 큰 손실을 봤다. 보이저 캐피털이 테라·루나 사태의 여파로 지난 7월 파산했기 때문이다.

각종 위험거래로 알라메다의 손실이 커지자 뱅크먼-프리드는 FTX의 고객 돈을 비롯해 FTX가 발행하는 디지털토큰 FTT를 대규모로 지원했다.

FTX와 알라메다의 이 같은 자금 거래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2일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의 보도로 일부가 드러났다.

코인데스크는 알라메다 재무제표를 입수해 이 회사 자산의 3분의 1이 FTT에 달하고 FTT 담보 대출도 상당량 있다며 FTX와 알라메다의 재무 건전성이 취약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보도 이후 세계 1위 코인거래소 바이낸스가 FTT를 전량 처분하기로 하면서 FTX의 뱅크런(고객이 자금을 한꺼번에 인출하는 현상) 사태에 기름을 부었다.

소식통은 뱅크먼-프리드가 FTX의 알라메다 지원을 다른 임원들에게 비밀로 했었다고 전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지난 7일 FTX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고객 자산을 국채에도 투자하지 않는다”는 트윗을 올렸다가 나중에 이를 삭제했다.

이에 법무부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FTX의 증권 범죄 및 위법 행위 가능성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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