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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풍산개 반환’ 논란에…“리더의 덕목은 책임감” 동물권 단체 일침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르다 정부에 반환한 풍산개 두 마리, 곰이(암컷·앞쪽)와 송강(수컷·뒤쪽)이 10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병원 앞뜰에서 산책하고 있다. 이 두 마리는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것으로 문 전 대통령이 키우다 최근 정부에 반환한 뒤 경북대 부속 동물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일국의 대통령까지 지낸 존경 받던 대한민국의 한 리더가 포기하지 않아야 할 덕목은 바로 ‘책임감’이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복지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선물 받은 풍산개 ‘곰이’와 ‘송강’을 정부에 반환한 가운데, 일부 동물단체에서 동물을 선물로 주고 받는 정치권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험동물을 구조하는 동물복지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은 10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풍산개 파양 사건을 바라보며’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98조 개정 추진을 보고 그 생명 감수성에 환호했고, 그 정신을 열렬히 지지했다”며 “하지만 이번 풍산개 파양 사건을 보며 결국 문재인정부의 동물 지위 향상 의도는 동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가식적인 행보로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르다 정부에 반환한 풍산개 두 마리, 곰이(암컷·오른쪽)와 송강(수컷·왼쪽). [연합]

단체는 “국가 원수들끼리 주고받는 ‘동물 선물’이 모든 사달의 원인”이라며 “이미 서구 유럽은 국가 원수들끼리 동물을 주고받는 관례는 사라진 지 오래인데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통령 퇴임 때마다 생명을 선물이랍시고 주고받은 동물들의 사후 처리를 놓고 매번 사회적 홍역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 “이외에도 정치 지도자가 동물을 사적 정치 활동에 이용하는 사례는 많았다”며 “정치 리더들이 동물을 입양하고 그 동물을 끌어안고 애정 넘치는 눈길로 쓰다듬는 사진과 영상으로 몇 번 홍보하고 퇴임할 때는 ‘국가기록물’이니, ‘지자체 소유’이니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헌신짝처럼 동물을 버리고 떠나는 사례들을 지겹도록 보아왔다”고 꼬집었다.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 ‘곰이’가 그해 11월 출산한 새끼 6마리. [청와대 제공]

해당 단체는 “필요하면 끌어안고 이용가치가 없으면 내뱉는 정치 논리에 살아있는 생명을 대입해 정치적 쟁점으로 삼는 우리나라 정치권은 진짜 반성해야 한다”며 “오늘 우리는 정쟁 때문에 생명에 대한 책임을 미련 없이 버리는 리더를 목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제발 이제 살아있는 생명을 정쟁에 이용하는 시대는 끝내자”고 했다.

반려견 반환 논란은 문 전 대통령 측이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개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풍산개 곰이와 송강 반환 의사를 윤석열정부에 밝히며 시작됐다. 퇴임 전 약속했던 ‘사육에 필요한 예산을 지급하겠다’는 협약 내용이 지켜지지 않던 상황에서 제기된 요구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지난해 7월3일 북한에서 온 풍산개 '곰이'와 원래 데리고 있던 풍산개 '마루' 사이에서 새끼 7마리를 낳았다고 SNS에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연합]

이같은 상황을 ‘파양’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되자 문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직접 글을 올려 해명에 나섰다.

그는 “정부가 지난 6월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했으나 개정이 무산됐다. 근거 규정 부재 상태가 장기간 이어져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소지는 더 커질 것”이라며 “지금까지 소요된 인건비와 치료비 등 모든 비용을 퇴임 대통령이 부담해 온 사실을 아는가. 지난 6개월간 무상으로 양육하고 사랑을 쏟아준 데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지금이라도 내가 입양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다. 내게 입양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현 정부가 책임지고 잘 양육·관리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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