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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잃은 고졸취업-下] 평균이 대졸자 사회는 위험…정부 과감한 지원책 필요할 때
고졸 취업률 감소 전문가 제언
대학가지 않으면 실패라는 인식 고착은 위험
선취업·후진학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 필요
고졸·대졸 칸막이에 대한 의문 던져야
고졸 취업 장려 정책의 후퇴는 ‘고비용 사회’의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사진은 취업 박람회에 참가한 학생들의 모습.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용재·이영기 기자] 평균이 대졸자인 사회, 고비용의 늪에 빠질 수 있다. 고졸 취업 문제를 놓고 전문가가 우려하는 미래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직업계 고교 취업률은 개선되지 않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경영평가지표에서 고졸 취업 성과 관련 항목 배점을 줄이거나 삭제하고 있다. 다시 공공기관·공기업은 고졸 신입 채용에 소극적이 되고, 민간 역시 고졸 채용을 줄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다시 대학으로 몰린다. 악순환의 늪이다.

실제 교육부 등에 따르면 2012년 38.4%였던 특성화고 졸업자의 취업률은 2017년 50.0%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정부의 평가지표가 바뀌면서 2018년 41.4%, 2020년에는 26.1%까지 하락했다. 2022년 역시 27.1%로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는 “특성화고 취업률의 감소는 학령인구 감소 상황에서 매우 위험하기에 해결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與·野·전문가도 “정부 정책 후퇴가 문제”=전문가는 입을 모아 현재 고졸 취업률이 감소하고 있는 원인으로 정부의 정책후퇴를 꼽았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공기업과 공공기관 등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줄어들자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다”며 “물론 학령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지만, 특성화고에 가야 할 정부의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구도 변화에 따른 정책의 변화가 가져온 문제라는 정치인의 자성도 나왔다.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직업계 고등학교 활성화의 성과가 인정받을 부분이 없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국민의힘) 역시 “전 정부의 정책방향 수정으로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재앙 수준”이라며 “전 정부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현장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취업률에도 영향을 많이 줬을 것”이라면서 “현장에 나가야만 학생도 기업도 어떤 일을 할지 판단할 수 있는데 연결고리가 차단돼버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는 이 같은 고졸 취업 정책 후퇴와 취업률 하락이 인구, 특히 청년층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향후 모두가 대학을 진학하는 ‘고비용’ 사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경고했다.

강득구 의원은 “대학을 졸업한 다음에 사회에 나가는 인력이 많다는 것은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의미”라며 “사람마다 재능이 다 다른데 모두가 대학에 가는 지금의 사회 분위기에서는, 모두가 대학에 가지 않으면 실패자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양정호 교수는 “직업계고 학생의 취업이 어려워지면, 모든 학생이 대체로 인문계로 가려는 경향성이 강해진다”며 “자기가 기술이 좋거나 공부 외에 다른 것을 선택한 학생이 나갈 방향이 없어지고, 자연스럽게 결국 모두가 대학을 나와야만 하는 세상이 더 확대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송기창 교수는 “직업계고 취업률이 감소하면 자연스럽게 (고졸 취업자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지고, 일반적으로 고졸 취업이 정상적인 경로라는 생각을 안 하는 경향도 강화될 것”이라며 “학령 인구가 감소하는 대한민국 상황에서는 인문고로의 쏠림이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임금격차의 경우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최종학력에 따른 격차가 적다고는 한다”며 “그러나 고졸자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2019년 전문대 졸업자의 상대적 임금이 108.3%, 대학졸업자가 136.3%였던 것과 비교해 2020년은 전문대 졸업자는 110.2%, 대졸자는 138.3%로 임금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고졸과 대졸을 시작부터 가르는 편견과 습관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회 전체적으로는 개개인의 인적자원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을 강구해야 한다”며 “직업계고를 나왔다고 무조건 대학을 가면 안된다는 오래된 사고를 버려야 할 때다. 직업계고 졸업생이 대학에 가서 실력을 더 가꾸면 그 한 사람의 부가가치는 더 오르는 것 아닌가라고 교육 및 취업 과정의 습관적인 칸막이를 허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졸취업 10년 보장제·칸막이 없는 취업문 아이디어도=전문가는 고졸 취업을 위한 정부의 획기적 정책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동시에 특성화고를 다니는 학생과 학교 스스로도 어느 정도의 책임감을 가지고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양정호 교수는 “먼저 기술 하나만 가지고서도 대접받거나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일단 만들어야 한다”며 “정책적으로는 고졸에 대한 안정적인 채용도 일정 부분 있어야 한다. 지자체나 기관에서 이런 인센티브를 줄일 것이 아니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이 같은 정책적 인센티브가 확대됨과 동시에 직업계고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을 가는 학생에게 일정 부분 페널티를 주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는 만큼 직업계고를 다니는 학생도 일정 부분 국가에 환원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졸 취업 확대가 사회적 비용 감소로 이어지는 ‘선순환 정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조경태 의원은 “사회적 분위기 전환도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의 상황에서는 대학을 졸업해 실업자가 되는 것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반듯한 직장을 구하는 게 훨씬 좋지 않나”고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지향점을 제시했다.

이어 “대학 나온 것보다 오히려 고등학교를 나왔을 때 취업률이 더 높아지면 굳이 대학을 안 가도 되지 않나”라며 “정부가 좀 고등학교를 나와도 양질의 일자리들이 좀 많이 확보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보다 파격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강득구 의원은 “고졸 취업 안전망 10년 보장제를 시행해야 한다”며 “고등학교 3년, 군대 생활을 포함한 사회생활 7년을 더해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업계고 학생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게 재정적인 여력 지원을 책임져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국가가 10년 동안 개별적으로 잘 책임져주면 이 기간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이 기반은 다시 사회의 인식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취업 후진학’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사회가 직업계고를 졸업해도 당당하게 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열린 사회로 나아가는 길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배상훈 교수는 교육의 질을 높이고 제도와 인식을 개선해, 고졸자와 대졸자를 구분하는 기존 관행을 허물어야 한다고 했다. 배 교수는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취업하면 수입은 대학에 간 학생에 못미치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성화고 졸업생과 대학 졸업생을 칸막이 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져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역량을 갖춘 인재가 되는 것”이라며 “교육의 질을 높이면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인재를 만드는, 우리나라는 그런 창의적인 학습국가로 승부하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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