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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화=급진’ 프레임 수용…중도가 바이든 살렸다
민주당 예상 밖 선전 이유는
민주당 선전에 ‘낙태권’ 이슈 큰 역할
美 유권자에 ‘인플레’ 못잖은 중요도
공화당 ‘극우 마가’ 트럼프당 자충수
바이든 대통령 재선 동력 확보 평가

미국 중도층 표심이 ‘레드 웨이브(공화당 상·하원 석권)’에 휩쓸려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 문턱까지 갔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살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주장하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논리로 무장한 후보들로 가득 찬 공화당이 미국 민주주의를 위기로 빠뜨릴 것이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주장에 중도층이 귀를 기울이면서다. 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 불리는 중간선거가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서 치러졌음에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달성한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민주당 내부와 미국인들에게 재확인시킴으로써 재선 도전을 위한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낙태권·민주주의 위기론, 중도 표심 움직여=미 일간 워싱턴포스트와 미 CNN 방송 등 주요 미 언론들은 민주당이 예상 밖의 선전을 기록한 데는 각종 여론조사와 정치 전문가들이 간과했던 ‘민주주의 위기론’의 파괴력 덕분이란 분석을 일제히 내놓았다.

민주당이 과거 집권당이 경험했던 대패를 피한 데는 ‘낙태권’ 이슈가 큰 역할을 했다. 미 CNN·NBC·ABC·CBS 방송이 에디슨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출구 조사에서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31%)’에 비견될 정도로 ‘낙태권(27%)’이 표심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CNN은 상원 초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주(州)에선 표심 결정 요인의 1위가 인플레이션이 아닌 낙태권이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실제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선거에선 존 페터만 민주당 후보가 접전 끝에 승리했다.

니라 탠던 백악관 선임고문은 “낙태권 이슈를 비롯해 ‘극우 마가’로부터 미국 민주주의를 보호해야 한다 주장한 민주당의 주장이 중도 성향 유권자들에게 와닿았다”고 했다.

▶트럼프당으로 변한 공화당, 결정적 패착으로=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나선 것이 오히려 공화당에는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300명 이상의 후보자를 지지하며 천문학적인 정치 자금을 쏟아부었다. 이 과정에서 공화당이 ‘트럼프당’이 됐다는 평가가 미국 언론에서 나오기도 했다. 정적(政敵)을 쳐내고 그 자리에 ‘충성파 후보’들을 대거 앉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때문에 민주당이 공화당 후보들을 ‘마가 극단주의자’ 프레임에 몰아넣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고, 이것이 최종 선거 결과를 뒤흔들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가령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한 메메트 오즈 상원 후보가 개표 내내 한 번도 리드를 하지 못하고 3%포인트 정도의 차로 패배했다. 또 미식축구 스타 출신의 조지아주 허셜 워커 상원 후보도 트럼프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들의 자질 문제를 이유로 선거 전부터 상원 선거가 쉽지 않다고 전망하기도 했는데,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그렉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 등 ‘마가’에 기대지 않은 공화당 후보들이 중도층 표심을 끌어온 것도 ‘트럼프 책임론’에 불을 붙이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이 밖에도 소셜미디어(SNS)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선거 전날 공화당을 찍으라고 주장한 것도 민주당 지지층의 위기감을 자극, 결집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 ‘대선 룰메이커’ 주지사 선거도 민주 선전=민주당 대패가 예견됐던 하원에서 격차를 최소화하고, 상원에서 ‘무승부’를 이끈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계기로 재선 도전에 보다 과감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간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재선하려 했다”며 내년 초 재선 도전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구 획정 등에 영향을 미쳐 사실상 대선 ‘룰메이킹’ 역할을 하는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기존 대비 2석을 탈환하며 선전한 것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긍정적인 신호다. 주지사들이 각 주에서 낙태권과 성소수자 권리 문제, 총기 제한, 이민 정책 등 민감한 이슈를 주도한다는 점도 민주당에 유리한 여론을 모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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