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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원 참사] 英군중관리 전문가, ‘토끼머리띠’ 사냥 일침 “과밀예방 집중해야”
스틸 교수 “이태원 사고에 범인 없어…과밀 현상이 원인”
“과밀 사고를 어떻게 방지할 지에 총력 기울여야”
경찰, ‘토끼 머리띠’ 남성 무혐의
전문가들 “마녀사냥, 사고 본질 흐려…2차 가해 일으켜”
지난달 30일 경찰 관계자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영국의 군중안전 전문가는 최근 ‘토끼 머리띠’ 남성 등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 군중을 밀은 대상을 찾는 현상에 대해 “과밀 예방에 주목해야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국내 전문가들도 이 같은 ‘마녀사냥’이 억울하게 지목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일으키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9일 군중 안전 전문가인 키스 스틸 영국 서퍽대 교수는 본지와 서면 이메일에서 이태원 사고를 “과밀 현상으로 인한 ‘결과’”라고 인과관계를 설명했다. 최근 SNS에서 군중을 밀은 범인을 지목하는 것에 대해선 “이태원 사고를 일으킨 주범은 없다”며 “주원인은 이태원 일대에서 과밀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이태원 압사 사고 당시 토끼 머리띠를 쓴 남성으로 알려진 A씨가 사고가 난 골목길에서 ‘밀어’라고 소리치며 사람들을 밀었다는 의혹이 온라인상에서 제기됐다. 이와 관련, A씨는 이달 5일 한 언론을 통해 자신이 범인으로 몰리는 상황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실제로 A씨는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지난 7일 브리핑에서 A씨를 참고인 조사한 결과 휴대전화상 위치나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혐의점이 없어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자신의 신원을 공개한 이들을 대상으로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 뿐만 아니라 이태원 사고 당일 거리에 올리브유를 뿌려 사람들이 넘어지도록 만들었다는 주장도 온라인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CCTV를 확인한 결과 아보카도 오일이 아니라 ‘짐 빔’(Jim Beam)이라는 술이었다”며 “해당 장면이 촬영된 위치 역시 (참사) 현장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스틸 교수는 “앞으로 과밀로 인한 사고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는지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며 “현장에 장벽을 설치하고 전문가들을 통해 밀집도를 관리했다면 충분히 예방했을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핼러윈 행사에 맞춰 인력을 통제할 장벽과 상시적인 모니터링, 숙련된 전문가를 통해 밀집 인력을 적절히 수용할 사전 계획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하게 범인을 지목하는 현상이 사이버 군중심리의 폐해가 드러난 사례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수록 사고 본질은 왜곡되고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일으킨다고 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참사에 대해 누가 잘못했는지를 찾고자하는 잘못된 투사심리가 나타나고 있다”며 “무분별하게 범인을 색출하는 것은 무고한 시민에게 2차 가해를 줄 수 있고 사고 본질을 흐리게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경찰이 대응을 제대로 못한 것에 더해 국민에게 신뢰를 쌓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당국의 부족한 대처로 시민들도 조급해진 상황. 사고 원인과 잘못을 조속히 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태원 사고에 대해 누군가를 표적으로 삼고 싶어 하는 사이버 군중심리의 폐해가 드러난 사례”라며 “경찰을 넘어 사고를 막지 못한 정부를 향한 불만과 실망이 왜곡된 식으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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