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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산 돌아가기 싫다” 매몰사고 광부들, 대다수 현업 복귀 못해
1967년 국내 최장 매몰 광부, 2010년 칠레 광부 33명 대부분 탄광 떠나

경북 붕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다가 열흘째인 4일 밤 극적으로 구조돼 5일부터 병원에서 회복 중인 선산부(작업 반장) 박정하(62)씨의 손끝이 갈라져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광산 현장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다 221시간 만에 구조된 두 광부가 가족과 지인에게 했다는 말이다.

두 사람은 병원에서 외상후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광산 매몰로 오랜 시간 지하에 고립됐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광부들 역시 대부분은 탄광으로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로 221시간 동안 고립됐다가 생환한 광부 박정하(62) 씨가 8일 커피믹스를 타고 있다. 그와 작업보조원 박씨(56)가 고립 기간 커피믹스 30개를 사흘에 걸쳐 식량 대용으로 마셨단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합]

9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967년 8월 충남 청양군 구봉광산에서 매몰 사고를 당한 광부 양창선(당시 36세)씨도 사고 후 탄광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하 125m 갱 속에 갇혔다가 15일(368시간) 만에 구조돼 우리나라 광산 사고사상 최장기간 매몰됐다 생환한 광부로 기록돼 있다.

1981년 1월 경북 문경 은성광업소에서 사고로 매몰돼 5일(115시간)간 고립됐다 살아난 광부 이옥철(당시 34세)씨는 탄광은 떠나지 않았으나 사무직으로 전환했다. 그는 구조된 후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도 "다시 갱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회사측이 사무직 업무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그러나 사고 후 약 5년 뒤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지인들이 전했다.

이 밖에도 70∼80년대 강원도 태백 일대 탄광에서 발생한 매몰사고에서 오랜 시간 뒤에 기적적으로 살아난 광부들도 대부분 현업에 복귀하지는 못한 것으로 광산업계는 보고 있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지난 2010년 8월 칠레 북부 코피아포의 산호세 구리 광산붕괴로 매몰됐다 69일 만에 구조된 광부 33명 중 대다수가 탄광으로 돌아가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쓴 분들이지만 결국 트라우마 때문에 쉽사리 탄광으로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생환 광부들이 설사 원한다고 해도 회사측이 선뜻 채탄업무를 맡기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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