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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홍석의 시선고정]‘이태원 참사’ 인천 영종도 예외는 아니다
‘이태원 참사’ 같은 대형 사고시 ‘속수무책’
영종, 인천공항 개항 20년·IFEZ 지정 19년에도 대형 종합병원 하나 없어
무늬만 국제도시… 24시간 운영 응급센터도 전무 주민 불편
공항 만든 정부가 책임져야… 제2인천의료원이라도 유치 시급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서울 이태원 ‘핼로윈’ 참사가 온나라를 슬프게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참변에 국외에서도 심심한 애도를 전할 정도로 ‘단장지애(斷腸之哀)’를 함께했다.

사고 당시 소방당국의 3단계 대응 발령을 내릴만큼 이태원 상황은 심각했다. 서울 전지역에서 소방대원, 구급차들이 모두 동원될 만큼 참사 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었다.

현장과 방송을 통해 지켜본 국민들은 마음을 조아리며 소중한 생명들을 살리는데 기도를 같이했다. 사고로 인한 사상자들을 동국대병원, 순천향병원 등 시내 종합병원들을 향해 이송됐지만 결국, 156(외국인 26명 포함), 부상자 19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동원된 구급차와 대원들과 국민들의 심폐소생에도 의식을 찾지못하고 압사한 사망자들의 안타까움은 남의 일이 아니다.

국민애도기간 내내 이태원의 참사 상황은 아직도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심각한 상황의 제보를 받았음에도 이를 미처 대비하지 못한 정부 관계 기관에 화가 날 뿐이다.

대형 참사는 그 누구도 예견하지 못한다. 언제 어디서든 불시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통해 ‘안전불감증’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한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메뉴얼에 따른 ‘관리체계’가 우리나라는 아직도 부족한 것 같다. 세월호 사건때도 그랬다.

오늘 이 참사를 보면서 늘 걱정됐던 우려가 새삼 뇌리를 더 스치게한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국제도시이다.

영종은 말 그대로 공항 개항 20년이 지났는데도 대형 종합병원 하나 없는 무늬만 국제도시이다. 24시간 운영하는 응급진료센터조차 없다. 영종 관내 의료기관은 62곳이다. 이 중 90% 이상이 일반 의원이다.

공항 여객터미널 지하에 승객을 위한 병원 시설이 있지만, 임시 방편에 불과한 수준이다. 만약 이태원 참사 같은 사고가 공항에서 발생했다면 이 병원 시설로 감당할 수 있었을까. 항공기 사고는 늘 도사리고 있다.

이태원 참변으로 인한 353명의 사상자를 이송한 서울 시내 대형 종합병원들을 포함 수도권 40여곳의 병원으로 분산 이송될 만큼의 상황인데, 공항에서 사고가 난다면 영종에서 인천대교와 영종대교를 넘어 30km 가량을 이동해야 하는 긴 시간이어서 생명의 ‘골드타임’은 기대도 할 수도 없다.

또한 영종은 지속적으로 인구(11만8000여명)가 늘면서 영종의 응급환자는 하루 평균 10명꼴로 발생하고 있다. 응급 상황 때마다 주민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24시간 운영하는 병원이 없어 가장 가까운 대형 종합병원을 가더라도 대교를 건너 차량으로 약 40분 이상을 소요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10월 29일 영종 씨사이트파크 하늘구름광장에서 음악회가 열렸는데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일주일 전 주말에도 같은 장소에서 행사가 열려 많은 인파가 찾아왔다.

다행히 사고는 없었지만, 앞으로의 일은 예측할 수 없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 사고라도 나면 어느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지, 영종 주민들은 늘 불안하기만하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대형 종합병원 하나 없는 영종의 의료기관 현실에 대한 심각성은 더욱 절실하기만하다.

이것이 바로 영종국제도시의 모습이다. 정부는 공항만 만들어 놓았지, 유사시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대형 의료시설 하나 마련하지 못했다. 세월호, 이태원 사고 처럼 사고가 나야 그때서야 대비할 것인가 의문이다. 정부 및 관계 당국은 공항이 있는 영종을 대하는 만큼은 ‘안전불감증’이다.

공항을 통해 유입될 수 있는 전염병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영종도시에 감염병전문병원을 조성하는 방안 조차도 정부와 관계당국은 외면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공항과 항만이 있는 대한민국 관문도시 인천에 감염병전문병원을 패싱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또한 인천시가 그동안 서울대병원을 영종에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영종도 인구 부족에 따른 경제성 문제와 2027년 시흥시 배곧신도시에 서울대병원이 들어설 계획 때문이다.

영종 하늘도시에 10만5000㎡ 규모의 의료시설 부지까지 확보됐지만 대형 종합병원 유치는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인천에서 탄생해 지금까지 인천시민의 건강을 책임지면서 ‘동고동락’하고 있는 가천대 길병원 조차도 인천 보다 성남 위례도시에 새로운 대형 의료기관 설립을 추진중이다.

송도국제도시에는 연세대세브란스병원이, 청라국제도시에는 서울아산병원이 들어선다. 송도·청라와 같은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인 영종은 경제자유구역 지정 19년인데도 지금까지 대형 종합병원 유치는 ‘하세월’이다.

그나마 영종 주민들은 인천시가 운영하는 제2의료원이라도 유치되길 희망하고 있다. 중구 운남동(영종) 등 후보지 6곳을 놓고 인천시는 12월 중 최종 후보지를 선정·발표할 예정이다.

영종은 공항과 관광지가 즐비한 ‘항공·관광도시’이다. 말 그대로 많은 국내·외인들이 오가는 곳이다. 일반지역으로 생각해서는 않된다. 특수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하는 대형 의료기관과 사고를 수습하는 소방·구급차·구급대원들이 상당히 필요하다.

세월호, 이태원 참사와 같은 끔찍한 사고가 다시는 없도록 정부가 영종을 관리·책임져야한다. 공항이 있는 국가적으로도 특수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영종은 병원 운영에 따른 경제성을 논할 것이 아니라 공항, 관광 특수성을 생각한다면 인천시와 정부가 나서 하루빨리 대형 종합병원을 반드시 유치해야 할 때이라고 생각한다.

영종국제도시가 인구 증가와 인프라가 어느정도 형성될때까지 대형 종합병원 유치에 따른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내놓아야 한다.

반대로 영종에 메이저급 대형 종합병원이 들어서면 오히려 외지인들이 찾아올 수 있다. 영종 인구만 생각하는 편견은 깨야 한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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