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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아프리카에서 본 대한민국

10여년 전 아프리카 대륙을 처음 밟았을 때의 충격이 생생하다. 거리에 뛰어다니는 마을 청년들이 신발은 없지만 손에는 휴대전화 하나씩 다 들고 있었다. 신발은 없이 살아도 휴대전화는 있어야 한다는 일상생활의 변화는 IT와 인터넷이 아프리카에 가져올 큰 변화의 서곡이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은행 계좌도, 컴퓨터도 없는 서민이 만원 남짓한 구식 휴대전화로 가족친지들간 돈을 보낼 수 있는 모바일머니플랫폼이 발달해 길가의 거지들도 모바일머니로 달라고 동냥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최근에 부산엑스포 2030 유치 지원을 위해 특사로 나미비아, 잠비아, 부룬디를 방문해 보니, 아프리카에 또 다른 변화와 기회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었다. 핸드폰은 있는데 전기가 없다 보니 전기를 찾아 수킬로미터를 걸어서 충전하는 현실에 그린에너지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탄소중립 추세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화석연료 의존의 취약성을 교훈으로 삼아, 무궁무진한 태양광, 풍력발전으로 그린수소를 생산·수출하려는 나미비아의 야심 찬 프로젝트에 독일 등 다국적 컨소시엄의 약 13조원에 이르는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구리, 니켈, 리튬, 코발트, 우라늄 등 핵심 광물의 풍부한 매장량으로 인해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는 이들을 ‘그린 광물 슈퍼파워’로 묘사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바라보는 대한민국은 희망의 국가이다. 그들과 비슷했던 식민 원조국에서 한두 세대만에 원조공여국으로 도약한 눈부신 경제개발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선진국가, 디지털·그린에너지·핵심광물 등 아프리카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경제대국, 한류라는 매력적인 소프트파워를 지닌 문화대국이다.

아프리카에서도 ‘새마을운동(Saemaul Undong)’이라고 발음하는 코이카의 대표적 ODA 프로젝트는 1인당 국민소득이 237달러에 불과한 부룬디의 10여개 오지마을에서도 ‘잘 살아보세’라는 한국의 경제개발 정신을 전파하고 있다. 그들과 비슷한 처지에서 오뚝이처럼 스스로 일어선 한국의 경험은 자국에 많은 원조를 하고 있는 구 식민지국가들에 비해 더 진정성 있게 그들의 마음에 다가온다. 그간 장학금을 받아 우리나라 대학에서 배우고 간 아프리카 청년들이 지한파 정부 고위 관리로서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뿌듯한 일이었다. 한 장관 자녀들은 넷플릭스에서 한국드라마들을 보고 한국라면 사달라고 아우성일 정도로 상류층을 시작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친숙함과 호감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아프리카 국가들은 디지털, 전기차, 배터리 등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기업들과 태양광·풍력·수소·원자력 등 그린 에너지 및 핵심 광물 등에서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간 윈-윈 협력을 하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다. 최근 효성은 유럽 경쟁사들을 제치고 나미비아의 변압기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만났던 장관들마다 극찬을 했던 잠비아 국경의 ‘카중굴라’ 대교는 보츠와나, 짐바브웨, 모잠비크, 민주콩고 등과 연결하며 과거 7일이 소요되던 운송을 2시간으로 단축한 획기적인 대역사로 대우건설이 작년에 완공했다. 특히 현지 인력들을 교육훈련시키며 역량 강화에 기여한 상생모델이 큰 찬사를 받았다. 최근 아프리카 어디를 가도 두드러지는 중국의 공격적인 신공항, 도로, 다리 등 인프라 건설붐에도 지역경제와의 상생 협력 측면에서 박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좋은 대비가 된다.

부산엑스포 2030은 대한민국이 가진 최고의 자산, 즉 가난과 전쟁의 폐허에서 개방경제와 다자무역을 통해 경제번영과 민주주의를 이뤄내고 인류 공동의 가치와 감정을 우리 고유의 언어·문화·예술로 풀어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김구 선생께서 설파하셨던 문화대국 비전을 구현할 좋은 기회다. 부산엑스포가 아프리카 등 개도국들과 중장기적인 상생협력 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여한구 美 아시아소사이어티 특별위원·전 통상교섭본부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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