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7일 ‘3대 혁신성장’을 선언했다. 오는 2027년까지 5년간 160조원 이상을 투자해 신규 일자리 30만개를 창출하고 끊임없는 혁신과 신산업 도전으로 월드베스트 기업들을 양산해내겠다는 것이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은 “중견기업이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이다. 이럴 때 기업들은 확장보다 수성에 주력하기 마련이다. 생존을 목표로 하는 곳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중견기업들이 보여준 적극적인 투자 움직임은 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중견기업은 전체 기업 수의 1.4%(5526개)에 불과하지만 수출의 18%, 일자리의 14%를 차지하는 우리 산업의 ‘든든한 허리’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견기업계가 투자, 일자리 등을 줄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반색하는 이유다.

따지고 보면 이번 혁신성장 선언은 그동안 윤석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민간 주도 성장 정책에 호응한다는 의미가 크다. 정부는 규제 혁신은 물론 세제 개편까지 기업 활력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해왔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선 과세표준 5억원(현재 2억원)까지 10% 특례세율을 적용키로 했고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기업도 1조원 미만(종전 4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가업상속공제 한도 역시 최대 500억에서 1000억원으로 늘렸다. 모두 적지 않은 혜택이다.

정부의 의지가 이처럼 확고하게 나타나니 중견기업들도 고무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일과성의 선언적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선언은 성과로 나타나야 의미 있다. 거기엔 정부와 기업 간 ‘밀고 끌기식’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 지금까지의 협력 과정은 나무랄 데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중견기업들이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것은 오는 2024년 일몰을 앞둔 중견기업 특별법의 상시법 전환이다. 이 법으로 인해 중견기업 수는 지난 7년간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나 오늘날 5500개를 넘는다. 중견기업의 지속 성장을 뒷받침할 법적 토대로는 이만한 게 없다.

일단 정부는 적극 호응할 자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창양 산업자원부 장관은 “앞으로 중견 기업계가 도전할 다양한 혁신활동과 투자 노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중견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법 개정은 국회의 몫이다. 정부로서는 최대한의 의사표시를 한 셈이다. 국회도 하루빨리 개정 논의에 착수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