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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환광부 “‘희망없다’ 포기하고 20분뒤 ‘꽝’, 환청인 줄 알았다”
지난 5일 오후 경북 안동병원에서 봉화 광산매몰 생환 광부 박정하(오른쪽) 씨가 보조작업자 박 모씨와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갱도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9일 만에 구조된 광부 박정하(62) 씨는 "사실 구조되기 직전, 같이 있던 동료에게 '이제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를 처음 했다"고 했다.

박 씨는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며 "그리고 나서 20분도 채 안 돼 발파라고 외치는 소리가 저에게 그렇게 크게 들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박 씨는 이어 "이게 진짜 사람 소리인가, 하고 친구에게 소리를 들었는지 물어보니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고 했다"고 했다.

진행자가 '내가 환청인가 이런 생각을 한 것인가'라고 묻자 "그렇죠. 왜냐하면 며칠 전부터 밤에 환청 같은 게 들렸다"며 "사람 발자국 소리, 사람이 모여 웅성웅성 이야기하는 소리 등이다. 일단 (내가)발파 소리를 들었으니 10m 정도 후퇴했는데, 그 도중에 꽝하고 불빛이 보였다"고 했다.

그는 "이제 살았구나(생각했다). '형님'하면서 뛰어오는 친구가 저를 부둥켜 안고 엉엉 울었다"며 "그렇게 해서 구조됐다. 어떻게 보면 연출된 드라마 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경북 붕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다가 열흘째인 4일 밤 극적으로 구조돼 5일부터 병원에서 회복 중인 선산부(작업 반장) 박정하(62)씨의 손끝이 갈라져 있다. [연합]

박 씨는 "가장 힘든 건 배고픔이었다"며 "추위는 미리 준비한 자재 덕에 피할 수 있었는데, 먹을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암벽 틈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을)물통에 대고 받았다"며 "그냥 끓이지 않은 물을 먹어봤다. 저는 괜찮았는데 옆에 있는 친구는 토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어떻게 하는가. 아침, 점심, 저녁으로 그 물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제가 광부들의 습성을 안다. 다른 직종의 동료보다 동료애가 굉장히 강하다"며 사람들이 반드시 구조를 시도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 씨는 "질릴 정도의 끈기 있는 인간애가 있다"며 "그래서 (구조를 포기한다는)그런 생각은 절대로 안 해봤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땅 속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이로 가족을 꼽았다.

그는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은 그래도 아내였다"며 "내가 죽어도 애들에 대한, 그런 것들을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유선상으로도 뭐라고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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