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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돌아온 주말, 상인들은 간판을 켰지만…“다시 올진 모르겠어요” [이태원 참사]
“생업인데” 영업 재개한 이태원 상인들
인적은 극히 드물어…“단축 운영할 것”
“대낮부터 열었는데 손님 한 명도 없어”
이태원역엔 추모·애도하는 시민 줄지어
현장관리 자원봉사도…시민 10명 동참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 종료 다음날인 지난 6일 오후 6시께 사고가 난 골목 인근인 서울 용산구 세계음식문화거리의 상점 몇 곳이 영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일부 상점에는 여전히 휴점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 박혜원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 종료 다음날인 지난 6일 오후 6시께 서울 용산구 세계음식문화거리 상가에 하나 둘씩 간판이 켜지기 시작했다. 술집, 음식점, 편의점 등이 참사 이후 처음으로 영업을 재개한 것이다. 그러나 인적이 극히 드문 데다 여전히 불을 끈 상점들이 많아 거리는 평소보다 더 어두웠다. 상인 대부분은 “생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왔다”면서도, 영업을 정식으로 재개할지에 대해서는 말끝을 흐렸다.

지난 6일 저녁 경찰이 참사 현장인 해밀톤호텔 왼쪽 골목과 일대 인도를 여전히 통제 중인 가운데 세계음식문화거리의 상점 몇 곳이 일주일간의 휴업을 마치고 영업 재개에 나섰다. 대부분 상점은 이날 저녁부터 청소를 하거나 재료를 준비하는 등 정비를 했다. 하지만 ‘11월 5일 애도기간까지 휴점합니다’라는 안내문을 여전히 붙여 놓은 상점도 적지 않았다. 문 닫힌 상점 앞에 놓인 택배상자에 먼지가 쌓인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앞서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는 애도 차원에서 휴업을 하자는 문자를 상인들에게 보내, 100곳 이상이 동참했다.

“생업이라 돌아왔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일대 분위기는 ‘적막’ 그 자체였다. 평일 저녁부터 손님들로 북적이곤 했던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인근을 지나가는 시민은 추모를 위해 이태원역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학생 주현진(26) 씨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핼러윈 때마다 들르다 올해에만 안 왔어서, 자꾸만 생각이 나서 와봤다”며 한참 통제구역 안쪽을 들여다보다 발길을 옮겼다. 상점 대부분이 음악을 꺼둔 터라 무인 즉석사진가게에서 틀어놓은 가요만이 거리를 채웠다.

상인들은 막막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깃집 사장인 정준(27) 씨는 “일단 짐을 정리하러 나왔는데 일찍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며 “영업 재개를 정상적으로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주변 사장님들이라도 마주치면 이야기를 나눠볼 텐데 아직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술집에서 음악을 끈 채로 재료를 손질하던 김재헌(40) 씨는 영업 재개를 묻는 질문에 “생업인데 어떻게 하겠나. 살아야 되지 않겠느냐”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에도 이태원이 특히 타격을 많이 받았는데 참사가 또 발생해서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이날 김씨는 참사 이후 처음 매장에 들러 핼러윈 장식을 치웠다.

지난달 29일 술집 첫 영업을 시작했었다는 김모(28) 씨의 가게 곳곳에는 여전히 정리하지 못한 짐더미들이 놓여 있었다. 그는 “장사가 안 될 것이라 각오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당분간 단축 운영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드물게 손님이 찾는 곳도 없지 않았지만 이들 역시 평상시 수준엔 턱없이 못 미친다고 털어놨다. 통제구역에서 열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타로집 직원은 “오후 1시에 문을 열었는데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도로에 인접한 한 햄버거가게 매니저 윤요한(27) 씨도 “외국인 위주로 손님이 조금 왔는데 다른 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자꾸 생각이 나서 왔어요”
지난 6일 오후 5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일대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박혜원 기자
서울 소재 한 고등학교 영어교사 사이먼(33) 씨가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서 학생들이 작성한 추모메시지를 놓아두고 있다. 박혜원 기자

이태원역 주변엔 여전히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이태원역 1번 출구 중심으로 조성됐던 추모공간은 현재 참사 현장 앞 인도까지 확대됐다. 변압기와 전봇대까지 빼곡하게 시민의 추모메시지가 붙었다. 희생자 애도를 위해 과자, 과일, 술 등을 놓고 묵념하는 모습에 현장을 통제하던 한 경찰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곳에 조화를 두고 간 대학생 임예지(24) 씨는 “같은 학교 학생 가족 중에도 희생자가 있어 자꾸 생각나,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조금 일찍 들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 소재 한 고등학교 영어교사라는 사이먼(33) 씨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 80여명의 추모메시지를 모아왔다. 그는 “슬퍼하기도, 혼란스러워하기도 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어떻게든 달래주고 싶었다”고 했다.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지난 4일부터는 시민이 자체적으로 봉사단을 꾸려 현장관리에 나서기도 했다. ‘추모 관련 자원봉사자 모집’이란 안내를 직접 붙였다는 A씨는 “추모메시지들이 바람에 날리거나 도로로 쏟아지는 걸 막기 위해 관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동참한 시민은 10명 정도”라며 “인근 숙소에 아예 방을 잡아 수시로 나와보고 있다”고 했다. 48시간째 현장을 지키고 있다는 그의 눈이 붉게 충혈돼 있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원효로다목적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 참사 현장에서 발견된 신발들이 보관돼 있었다. 박혜원 기자

한편 이날 오후에 찾은 용산구 원효로다목적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도 고요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장에서 발견된 신발, 옷, 핼러윈소품 등 대부분이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 앞서 지난 1일 경찰은 1.5t 규모의 유실물 1040점을 이곳에 모았다. 그러나 전날 오후 기준 725점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6일) 40점이 반환됐다”고 말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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