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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우 박사의 호르몬 미술관] 충동과 집착호르몬 도파민에 절규하는 남성상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의도는 물론이고 그림을 본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이다. 그림은 나를 행복하게 하고 때로는 우울하게 한다. 나는 우리의 신진대사뿐만 아니라 감각과 감정을 지배하는 호르몬의 시선으로 그림을 읽어본다.

‘뭉크의 절규’에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고독을 느낀다. 바로 도파민이다. 뭉크의 절규를 보면 나는 도파민을 생각하게 된다. 나약한 인간 내면의 미지의 웅크리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과 근원을 알 수 없는 우울에서 불타오르는 석양이 지는 피요르드 해안에서 절규하는 감정의 일렁거림이 느껴진다.

혹시 해비라기를 좋아하는 고흐가 23가지의 서로 다른 노란색에 집착한 것도 도파민 때문은 아니었을까.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을 보면 고흐는 평소 압생트라는 술, 노란색, 담배에 지나치게 집착했는데 특히 해바라기 그림에도 집착했다. 자신의 열정과 순수성을 해바라기에 투여한 것이 아닐까.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에서도 노란색 해바라기가 노란색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노란색 화병에 꽂혀 있다. 더욱 황홀하고 강력한 노란색을 표현하기 위해 독주 압생트를 마시면서 그림을 그렸다는 고흐, 가장 불행했지만 위대했던 고흐가 진정 말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환자들 그리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 우리는 얼마나 그들을 품고 있는 것일까. 연모의 감정을 자존심 때문에 애써 감추고 손을 흔들어 보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호감 호르몬’ 도파민이 너무 과잉되면 지나친 호감이 충동적으로 격발되기도 해 그래서 도파민을 ‘충동 호르몬’이라고 하는데, 지나친 감정은 집착이 되고 중독이 되곤 한다. 충동구매뿐만 아니라 도박 등의 중독증에도 도파민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듯 도박과 충동구매도 도파민의 영향이 있을진대, 그러나 도파민이 결핍되면 우울증이 초래되기도 하고 운동 신경의 실조와 무감정증이 특징인 파키슨병의 비극적인 가면 얼굴이 된다. 그래서 파키슨 병에서 도파민 치료를 하는 것이다.

도파민은 모든 호르몬이 그러하듯이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작용하는 생체정보를 전달하는 화학물질이지만 감각과 감정을 지배하는 여러 가지 작용이 있다. 운동과 감각 신경전달물질이지만 감정적으로 호감을 발동 거는 호르몬이다. 그러나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 하여 잠 못 이뤄 하노라’라는 시구처럼 도파민이 과잉될 때 우리는 충동적인 중독과 집착에 절규하게 될 것이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도파민 호르몬도 밸런스가 중요하다. 푸코의 추처럼 흔들리는 호르몬의 중심을 찾아서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한 ‘호르몬 충만’한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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