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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사들 잇단 콜옵션 미행사에 ‘도미노’식 유동성 위기 확산우려
내년 새 회계·지급여력제도 도입
자산매각 등 건전성 확보 총력
당국, 유동성평가 기준완화 조치

내년 새 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흥국생명과 DB생명이 잇따라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콜옵션 행사)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을 내다팔아 가뜩이나 경색된 채권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것을 막기 위해 유동성 평가 기준을 완화하는 등 조치에 들어갔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오는 21일 한화리츠(한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사옥으로 쓰고 있는 여의도 한화손해보험빌딩을 4560억원에 매각하고 재임차할 예정이다.

한화손보 측은 이번 조치가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 역시 이달 중 노원·평촌·부천·구리사옥 등을 약 2000억원의 부동산을 한화리츠에 매각할 예정이다.

이는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함께 도입되는 신지급여력제도(K-ICS)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K-ICS는 자산과 부채를 기존 원가 평가에서 시가 평가로 전환해 리스크와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자기자본제도다.

현행 제도에서는 부동산 자산의 가격 변동폭을 6~9%로 보고 준비금을 적립하면 되지만 K-ICS 하에서는 최대 25%까지 적립해야 한다. 부동산을 보유하면 그만큼 준비금을 많이 쌓아둬야 하기 때문에 매각을 통해 자본건전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새 회계제도는 또 보험 부채 평가 기준을 보험 계약을 맺은 시점의 ‘원가’가 아닌 매 결산기의 ‘시가’로 평가해 보험사들은 미래에 지급할 보험금을 적립금으로 쌓아둬야 한다. 이에 보험사들은 올 초부터 보험 적립금 등을 준비하기 위해 자본 확충에 힘써왔다.

보험사들은 최근 저축성보험 해약으로도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은행권의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자금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내줘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레고랜드 발 채권시장 불안이 터지며 보험사들의 유동성 확보에는 빨간 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흥국생명이 이달 예정된 5억 달러어치의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을 하지 않기로 한 것 역시 차환을 위한 영구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내린 결정이다. 이어 DB생명까지 13일 예정된 3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을 미루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다.

당국도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재빨리 조치에 나섰다. 우선 보험사 경영실태 평가 시 유동성 지표의 평가 등급을 1등급씩 상향 적용키로 했으며 보험사 유동성 비율 규제 시 유동성 자산의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조속히 추진키로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시장 자금 상황이 심각한데 보험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을 매각하면 시장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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