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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잡한 환승구간…폰 보며 뛰는 승객들…이태원 참사에도 잘 안 보이는 ‘안전관리’
지하철 환승역 등 안전관리인력 안 보여
서울시 “혼잡도 조사해 인력 확대 등 논의”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신도림역에 많은 시민이 환승을 위해 역사를 이동하고 있다. [연합]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안전불감증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가운데 하루 최대 21만명이 오가는 지하철 환승구간의 안전관리는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승구간 통로가 주로 계단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출·퇴근이나 집회 등으로 많은 지하철 승객이 몰리면 이태원 참사 현장 골목길과 같이 혼잡해진다. 일부 지하철 환승계단은 성인 남자 보폭 두 걸음 정도로 좁은 곳도 있어 사고 발생의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3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평일 환승인구가 제일 많은 곳은 신도림역으로, 평일 기준 21만5894명이 환승한다. 고속터미널역(16만9165명),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16만426명)이 뒤를 잇는다.

이태원 참사 나흘째인 2일 지하철 1·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에는 출근시간 환승을 위해 많은 승객이 오갔지만 더 안전해진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지하철 1호선 승강장에서 2호선 승강장으로 가는 1·5·6번 출구 방향의 계단에서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 승객의 지팡이가 미끄러지자 순간적으로 몸이 휘청거렸고, 환승을 위해 계단을 내려가던 주변 환승객의 몸을 밀쳤다. 주변에서 “오오~” 소리가 났다. 해당 계단은 성인 남자 보폭 네 걸음 정도의 폭으로, 2호선에 탑승하려는 승객과 2호선 하차 승객이 만나는 지점이다. 특히 1호선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려는 승객이 몰리는 시간과 2호선 하차가 맞물리면 순간적으로 밀집도가 치솟는다.

그러나 안전관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하철 승객은 열차 도착 알림이 들리면 많은 인파에도 계단을 서너 칸씩 뛰어 내려가거나 휴대전화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계단에서 보행하기도 했다. 많은 인파가 동시에 몰리는 출근시간에 현장에는 안전을 관리하는 서울교통공사 직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직원과 보안관이 주로 승강장에서 안전 관리를 하고 있다”며 “환승 통로 안전관리활동은 승강장에 이슈가 없을 때 올라와서 관리한다”고 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서울교통공사 측은 3일 환승 이동 통로에도 안전관리인원을 추가로 배치했다. 지하철 3·7·9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의 퇴근길 상황도 마찬가지다. 고속터미널역에서 교대역을 거쳐 서초역 인근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박모(38) 씨는 “휴대전화를 보고 걸어오거나 빠르게 계단에서 이동하면 어깨나 몸이 부딪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지금도 에스컬레이터 한 대가 공사 중이라 계단으로 사람이 몰리는데 우측통행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신도림역과 마찬가지로 공사 측에서 배치한 안전관리인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참사 이후 논의가 시작됐다”며 “피크타임 혼잡도 등을 조사해 지원 인력을 확대하고 열차 운행 간격 개선 등 방향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개선 방향을 밝혔다.

서울시는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신도림역 등은 이용하는 시민이 불안함을 느낀다”며 “우선 시와 서울교통공사가 합동으로 혼잡도가 높은 역을 찾고 전문가와 현장을 분석해 승객 이동 동선과 안전시설 보강, 대피공간 확보, 모니터링 폐쇄회로(CC)TV 설치 등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기 기자

20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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