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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부실 대응 정황 속속...국가배상 근거 되나
경찰, 당시 112 신고 11건 중 4건만 출동
법조계 “소송 시 국가배상 가능성 높아”
‘직무집행법 5조’ 직접적인 근거될 수도

경찰이 이태원 참사 당일 관련 신고에도 부실대응을 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법조계에선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경찰이 112 신고 후 내용 파악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 등 피해가 발생한 경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우위안춘 사건’이다. 2012년 우위안춘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은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당시 2심은 ‘경찰이 일찍 수색을 했더라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당시 경찰들이 112 신고 내용과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피해자가 생존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국가의 책임 범위를 넓혔다. 이후 파기환송심은 국가가 유족 측에 총 7832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 역시 발생 직전 수차례의 신고 전화가 접수됐지만, 경찰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단 공통점이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6시 34분 “압사를 당할 것 같다”는 첫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참사 발생 4시간 전 시작된 신고 전화는 참사 직전까지 총 11건이 접수됐다. 하지만 경찰이 실제 출동한 것은 4건에 그쳤고, 실제 출동한 경찰들도 적극적인 현장통제를 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참사 피해자들이 이러한 경찰의 부실 대응을 이유로 국가에 손해배상 소송을 낸다면, 법원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경찰 본연의 임무가 결국 치안이고 신고 전화가 여러 차례 접수됐는데 즉시 출동해서 상황을 정리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사정이 맞다면, 국가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상당히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선의 한 부장판사도 “경찰이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했거나 인력 충원을 적극 검토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인정되면, 결과가 중대하니 국가배상이 인정될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국가배상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극도의 혼잡이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 경찰이 경고·억류·피난·위해 방지 조치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과거 대법원은 이 법이 경찰관에게 직무수행을 위한 ‘재량권’을 부여한 것일지라도, 경찰관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한 경우엔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결국 국가배상도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으로 위법성을 따질 때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 가장 직접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지금은 신고를 받고도 충분한 인력 배치를 안 한 게 문제가 된다고 충분히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기자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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