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태원 참사 ‘국민 트라우마’ 보듬기...수화기 넘어 ‘위로’ 건네는 상담사들
한국심리학회 무료 심리상담
상담 폭주 동시간대 3명 배치
“치료 지연땐 해리성 장애 우려
전문가 도움 꼭 받아야” 조언
지난 1일 오후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광장 합동분향소 오른편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재난 심리지원 상담소. 김영철 기자

“한 사람이라도 더 상처 입은 마음을 보듬어주려고 합니다.”

강원도 원주에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성태훈(47) 씨는 심리상담 전화에 자원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본업을 하는 와중에도 하루 3시간씩 상담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태원에서 발생한 사고의 여파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부터 온라인상에서 소식을 접한 이들까지 모두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국가적 재난 속에서 심리상담사들은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의 심신에 안정을 주기 위해 온종일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와 민간 단체에선 이태원 사고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에게 심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심리학회(이하 학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각 분과학회 소속 심리상담 관련 전공 교수 또는 학회 공인 최상위 자격증 소지자로 구성된 심리전문가의 자원봉사로 무료 재난 심리상담 전화 지원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최근 외국인 피해자들을 위한 상담 창구도 열었다. 아울러 매주 토요일마다 메타버스를 통해 마음안정화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성씨 역시 최근 학회의 공고를 통해 상담 봉사를 자원했다. 그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부터 올해 9월 태풍 ‘힌남노’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까지 국가적 재난이 있을 때마다 심리 상담을 지원해왔다고 했다.

수많은 재난에서 도움을 준 경험이 있는 성씨도 이번 사고만큼 도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던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성씨는 “봉사를 시작한 지 며칠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많은 전화 상담이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며 “(학회에서) 3시간마다 상담원을 1명씩 배치하려 했지만 전화 상담이 폭주해 현재 동시간대에 3명까지 배치한 상태”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사고 이후 사회가 안전하지 않은 것 같다는 공통된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했다. 성씨는 “현장에서 사고를 목격한 뒤 겪는 직접 외상 뿐만 아니라 온라인 상에 떠도는 소식들을 접하고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간접 외상도 발생하고 있다”며 “언젠가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일상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랜 기간 동안 심리 상담을 진행해온 성씨도 상담을 진행할수록 피로를 느낀다고 했다. 그는 “목 놓아 울음을 터트리는 분들이 많다”며 “평정을 유지한 채 상담을 진행하려 했지만, 나도 모르는 새에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성씨는 “무엇보다 개인 시간을 잘 활용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때”라며 “정부에서 피해자들을 위한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자체와 언론을 통해 적극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현섭 전 한국심리학회 회장 겸 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사고를 겪은 유가족의 경우 후유증이 평생 갈 수도 있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치료가 늦어지면 상처와 고통을 넘어 우울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심각한 경우 사고 기억을 지우는 해리성 장애까지 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