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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 보낸 엄마 머리는 하얗게 셌다...마지막 작별에 끝내 통곡
이태원 참사 ‘눈물의 발인’
졸지에 가족 떠나보낸 유족들
서로 슬픔 다독이며 마지막 인사
입관·발인장 침통함속 눈물바다
2일 오전 기준 68명 발인 마쳐

2일 오전 8시께 ‘이태원 할로윈 참사’ 희생자 A씨의 발인식이 진행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 유가족, 지인부터 고인의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A씨와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모였다. 슬픔에 잠긴 표정으로 있던 한 유족은 마지막 묵념에서 결국 눈물을 보였다. A씨의 아버지는 운구차 밖에서도 연신 주변에 “(딸을 배웅해주러 오신 데)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에서는 이날 오전에만 이태원 참사 희생자 4명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같은 시각 일산 동국대병원에서도 발인이 이어졌다. 기독교인인 고인을 기리며, 엄숙한 기도를 끝으로 유족들은 고인을 떠나 보냈다. 어린 딸을 잃은 어머니의 머리는 하얗게 셌다. 유족들은 손을 잡거나, 어깨를 감싸며 서로의 슬픔을 다독였다. 고인이 운구차에 실리고도 한동안 버스에 오르지 못하고 멍하니 운구차를 바라보는 유족도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소식으로 희생자를 떠나보낸 가족들의 표정은 침통하기 그지없었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할로윈 참사 희생자 156명 중 68명의 발인이 완료됐다. 먼저 장례를 시작한 희생자들은 전날부터 전국 곳곳에서 세상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전날 오후 동국대병원에서 진행된 또 다른 희생자 발인에서 어머니는 한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통곡했다. 아버지는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닦지 못하고, 아내의 손을 꼭 잡을 뿐이었다. 운구차에 관이 실리자 어머니는 관에 엎드려 딸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걸을 힘조차 없어 부축을 받고 발을 땅에 끌며 걷던 어머니가 부르는 딸의 이름이 발인장 전체에 퍼졌다.

유가족들은 힘든 마음을 붙잡고 전날 입관식부터 고인을 떠나보낼 준비를 시작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아버지 생일에 세상을 떠난 A씨 아버지는 “이제는 딸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례 과정에서 유가족에게 부족했던 부분이 없진 않았느냐’는 질문에 A씨 아버지는 “처음에는 아쉬운 면이 있었다”며 “하지만 그건 내 자식이 이런 일을 당해서 생긴 슬픔, 아픔에서 나온 것이지, 지금은 잘잘못을 따지는 일이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A씨 아버지는 “다만 딱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며 “이런 사건이 벌어졌을 때 참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참사가 발생했을 때 우왕좌왕하지 않고 절차와 과정에 의해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사후 처리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2일 새벽 발인식을 진행한 B씨 빈소에는 전날부터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가족·친구들이 방문했다. B씨는 이태원 참사로 숨진 고등학생 5명 중 한 명이다. B씨의 소식을 들은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은 이른 아침부터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교복을 입은 한 학생은 B씨의 영정사진을 발견하자 부모의 팔을 잡고 “엄마, 저기... 저기야, OO아”라고 외치며 흐느껴 울었다. B씨 가족은 이태원 참사로 중상을 입은 친구 가족으로부터 “이태원 간 B씨는 괜찮냐”는 말을 듣고 참사 소식을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은 경찰로부터 B씨가 이대목동병원에 시신으로 안치돼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B씨의 할아버지는 “과묵하지만 공부 열심히 하고 똑똑했다”며 “아들한테 ‘손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믿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손녀가 준 선물은 유품이 됐다. B씨 할아버지는 “손녀가 초등학생 때 만들어준 공예품이 아직 집에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빛나·채상우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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