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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참나무 6형제 성공기

중부 내륙에는 단풍이 한창이다. 단풍나무나 은행나무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가장 늦게까지 산을 물들이는 수종은 참나무류다. 선조는 도토리가 열리는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를 ‘버릴 것 하나 없는 진짜 나무’란 뜻에서 진목(眞木)이라 불렀다.

참나무는 전국 산림의 35%를 차지하는 우세종이 됐다. 참나무의 생명력이 워낙 강해서다. 이러한 생명력과 뿌리는 다른 부문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강도 높은 뿌리산업 지원에 나선 것도 더 멀리 뛰기 위해 기초체력부터 다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산업의 뿌리가 튼튼하지 않고서는 제조혁신의 열매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조업 제품의 필수 공정기술을 다루는 뿌리산업은 생산자의 대다수가 중소·중견기업으로 이뤄져 있다. 탄소중립, 산업공급망 재편, 디지털 대전환 등 글로벌 제조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뿌리산업을 미래형 첨단 산업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그 방향에 맞춰 수립·추진해온 ‘2022년도 뿌리산업 진흥 실행계획’은 크게 네 갈래다.

첫째, 뿌리산업 진흥정책의 범위를 주조·금형·용접 등 기존 6대 분야에서 14대 분야로 확대하고 융·복합 연구개발(R&D)을 본격화했다. 대표적으로 14대 뿌리기술을 융·복합할 수 있는 R&D 예비타당성 조사를 위한 사전 기획에 착수한 것을 들 수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도 차세대 핵심 뿌리기술의 자립화를 이룰 수 있는 시장성과형·기술선도형·지속성장형 중장기 과제를 준비 중이다.

둘째는 뿌리기업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다. 전기차 보급이 완성될 경우 기존 내연기관의 뿌리기술 부품 1만1000여개가 사라진다. 정부는 여기 대비해 디지털 전환을 이끌 선도 기업을 발굴하고 대상 기업에 대한 지원 예산과 기간을 대폭 늘렸다.

셋째는 뿌리기업의 경쟁력 강화 지원이다. 이를 위해 뿌리 전용 R&D 확대뿐 아니라 사업 재편 활성화, 금융기관 연계 등 경영 환경 개선에도 공을 들였다. 특히 국제적 지식재산권 분쟁에 대비해 IP컨설팅을 강화하는 등 뿌리기업의 GVC(Global Value Chain) 진출 확대에 힘을 실었다.

마지막으로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이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 중인 ‘제3차 뿌리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연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뿌리산업을 미래형 첨단 산업 구조로 바꾸기 위한 디지털 전환 가속화가 핵심이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로봇 등의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뿌리산업의 공정혁신, 인력 양성, 제조문화, 국제 협력, 생태계 구축을 포괄하는 종합 계획을 수립·추진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그 변곡점을 앞두고 2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2022 소재부품장비-뿌리기술대전’이 열린다. 소재·부품·장비·뿌리산업 기업들과 지원 기관, 정부 협력의 결과물들을 직접 확인하고 체험할 기회다. 많은 분이 그 성과를 공유하고, 첨단 뿌리산업의 미래를 희망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낙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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