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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은 카타르가 쏟아부었는데...중동이 웃는다
중동 지역 최초 월드컵 개최
독립 41년 면적 1만 1581㎢ 경기도 규모 소국
‘두바이’가 롤모델...LNG 생산 세계 3위 부국
축구장·호텔·위락시설 313조 쏟아부어
경제효과는 24조원 추산...GDP의 10%
UAE·요르단·이란...관광·숙박 ‘곁불쬐기’
현대판 노예제 ‘카팔라’·동성애 금지 인권침해
서방국가 보이콧에 새 노동법 도입 등 변화
카타르 수도 도하의 시내 고층 빌딩들에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의 대형 현수막 사진들이 걸려 있다. 10월 19일 전경이다. [EPA]
카타르 수도 도하에 새롭게 조성된 플래그 플라자 광장에 지 난달 20일 만국기 깃발이 나부끼는 사이로 현지 어린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EPA]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2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개최국인 카타르 뿐 아니라 걸프 지역 국가들까지 월드컵 특수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다.

중동 지역 최초로 월드컵을 치르는 카타르는 면적이 1만 1581㎢로 경기도 만한 소국이다. 독립 41년 된 신생국가로 숙박시설이나 교통 등 여러 여건이 미비하다. 이 때문에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심지어 반정부 시위가 극심한 이란까지 카타르가 다 수용하지 못한 축구팬들의 방문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역대 가장 비싼 월드컵...스포츠 이벤트로 국격 높이려는 카타르=작지만 부자 나라 카타르는 석유·액화천연가스(LNG·카타르는 세계 3위 LNG 생산국가다) 등 주력인 에너지 산업에서 관광·서비스로 산업 구조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웃 도시 ‘두바이’가 롤 모델이다. 전세계 관광객들과 여러 비즈니스 행사로 북적이는 현대화한 도시 이미지다. 이러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카타르는 대형 스포츠 행사에 거액을 ‘베팅’ 했다. 카타르는 역대 월드컵 개최국 중 가장 많은 2200억 달러(313조원)를 쏟아붓는다. 태양광을 이용해 냉방하는 현대식 축구장, 호텔, 위락 시설 등 주로 건설 투자다. 블룸버그통신은 3000억 달러(427조원)로 추산했다. 카타르월드컵조직위(이하 조직위)에 따르면 월드컵이 카타르 경제에 미칠 효과는 170억달러(24조원)로 추산된다. 이는 카타르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다.

대회가 열리는 11월 20일부터 12월 18일까지 29일 간 외래 방문객은 1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카타르 전체 인구가 약 266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인구의 절반 가량이 월드컵 기간 중 몰려오는 셈이다.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경기 티켓은 10월 18일 기준 이미 290만 장이 팔려나갔다. 개막 한 달 전 시점에 예약 가능한 티켓은 전체의 약 7% 정도만 남았다. 호텔, 아파트, 크루즈선, 야영지까지 등 숙소 200만실이 모두 팔렸다. 워낙 작은 국가여서 숙소가 모자란 형편이다. 카타르 관광 당국은 지난달 23일에 호텔과 리조트, 쇼핑몰 등 20여곳이 월드컵 개막 전에 개장한다며, 축구 팬을 맞을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카타르 관광청은 새로운 관광 인프라를 발판 삼아 2030년까지 연간 외래 방문객 수를 인구의 두 배 가 넘는 600만명으로 늘린다는 포부다. 2030년에 수도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감안해 목표치를 크게 높여 잡았다.

2022 FIFA 결승전이 열리는 카타르 루사일에 있는 루사일 스타디움 전경이다. 수용인원 8만석 규모로 카타르 월드컵 경 기가 열리는 스타디움 8곳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카타르 정부는 수도 도하에 위성도시 루사일을 조성하고, 황금빛으로 휘 황찬란한 최첨단 루사일 스타디움을 지었다. 그 앞으로 카타르 전통 복장을 한 남성들이 지나가고 있다. [EPA]

▶이웃 국가들은 ‘낙수 효과’...호텔·관광업 특수=이미 도하의 괜찮은 호텔들은 FIFA와 선수들 몫이고, 왠만한 숙박시설도 가격이 천정부지다. 도하 항구 부유식 호텔인 크루즈선박 선실의 경우 개막 2주차까지 1박 가격은 최소 470달러(67만원)다.

걸프만 이웃 국가들도 곁불을 쬐고 있다. 특히 UAE의 호텔업, 항공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봉쇄 해제 바람까지 타고 상당한 특수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아라비아, 플라이두바이 등 UAE의 저가항공사들은 월드컵 기간 중 도하행 항공편을 매일 45편 운항하기로 했다.

두바이 시내 호텔들도 이미 예약이 다 찬 것으로 전해졌다. 그 여파로 오는 12월 두바이에서 열릴 예정이던 두바이 마라톤 대회가 카타르 월드컵을 피해 내년 2월 개최로 미뤄졌다. 이웃 국가들의 지난해 대비 호텔 예약은 바레인 9%, 쿠웨이 24%, 요르단 33% 각각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조차 카타르와 축구 팬을 수용하기로 협약을 맺어 관광업이 살아나길 기대하고 있다.

독일 도르트문트 팬들은 ‘보이콧 카타르 2022’라고 적힌 대형 배너를 들어 카타르의 인권 침해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독일 서부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보루시아도르트문트와 VfB슈트트가르트와의 경기에서 도르트문트 응원석 모습이다. [AFP]

▶커지는 인권 침해 논란...‘보이콧’ 목소리=중동의 첫 월드컵 개최는 그 지역의 낙후한 노동 환경과 인권 침해 실상도 전세계에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걸프 지역 국가들의 신원보증제도인 ‘카팔라’(Kafala)의 비인권적 측면이 부각됐다. 카팔라는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비자 발급을 고용주가 보증해주는 제도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은 고용주의 동의 없이 직업을 바꿀 수도, 그만둘 수도 없으며, 임금 체불에 항의할 수도 없어 현대판 노예제도로 불린다.

국제앰네스티는 카타르가 많은 이주 노동자 죽음에 대해 제대로 조사했는 지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해 2월 보도에서 카타르가 월드컵 유치를 확정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간 축구장, 호텔, 공항, 도로 건설 등에 동원된 인도,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5개국 출신 외국인 노동자 6500명이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카타르 정부는 “이들이 모두 월드컵 대회와 관련해 숨진 것이 아니다”라며 “2014년부터 2020년 사이에 월드컵 경기장 공사 현장에서 37명이 사망했고, 이 가운데 업무 관련 사망은 3명이었다”고 반박했다. 카타르 정부는 카팔라 제도를 흔들고자 2020년에 새로운 노동법을 도입, 최저임금과 직업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토록 했다.

이슬람국가인 카타르의 성소수자 탄압도 문제가 되고 있다. 카타르에서 동성애와 성전환은 불법이다. 경우에 따라 사형에도 처해진다. 카타르 정부는 동성애 금지법 적용을 월드컵 기간에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실현 될 지 의문이 남아있다.

11월의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유럽 등 서방에선 카타르 월드컵 보이콧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일 축구팀 보루시아도르트문트 서포터들은 경기 도중 ‘보이콧 카타르 2022’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어 공론화했다. 호주는 월드컵 출전국 가운데 최초로 국가대표 선수들이 카타르 내 외국인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동성애를 범죄자 취급하지 말 것 등을 카타르 정부에 공식 요구했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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