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이태원 구조 나선 의사 "'홍대서 마저 마실까'하던 구경꾼 끔찍했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사고 난 현장의 사고 전 상황으로 사람들이 밀려다닐 정도로 밀집된 모습이다. [연합]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154명이 숨진 핼러윈 ‘압사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당시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에 나섰던 의료진들의 경험담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3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태원 현장에서 끔찍했던 것’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의료계 종사자라고 소개한 작성자 A씨는 “이태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 CPR은 할 줄 아니까 도움이 될까 싶어 이태원으로 갔다”고 운을 뗐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사고가 발생했다. 30일 새벽 현장에 급파된 의료진들이 부상자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

그는 “평상시에도 무딘 편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막상 가니 끔찍했다. 몇십 m 전방부터 구급차 소리에 울음소리에 아수라장(이었다)”면서 “경찰 통제에 (나는) 도우러 온 의료진이고 CPR 할 수 있다고 하니 들여보내줬다”고 말했다.

A씨는 “이미 바닥에 눕혀진 사람들은 얼굴이 질리다 못해 청색증이 와 있는 수준이었다”며 “응급구조사가 눕힌 사람 한 명에게 CPR을 하는데 코에서는 코피가 나고 입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다. 내가 이 사람을 살릴 수 없겠구나 싶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글쓴이는 “그 와중에 가장 끔찍했던 건 가지 않고 구경하는 구경꾼들”이라고 떠올렸다. 그는 “앰뷸런스에 환자가 실려 떠나고 잠시 쉬려고 서 있는 구급차 뒤에서 물을 마시는데 지나가는 20대가 ‘아씨, 홍대 가서 마저 마실까?’하고 말하는 걸 듣고 정말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몸서리가 쳐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무리 CPR을 해도 맥박이 돌아오지 않았던 사람, 무능한 의사가 된 듯한 기분도 끔찍했지만 타인의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다음 술자리를 찾던 그들을 평생 못 잊을 것 같다”며 “더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의료인 B씨도 해당 글에 “나도 거기 있다가 처음으로 인간에 대한 혐오감을 느꼈다”며 동조의 글을 남겼다. 그는 “시체 사진 찍는 사람 너무 많았다. 지금까지 꽤 많은 죽음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어제는 충격이 너무 크다. 가망 없는데도 친구 살려 달라고 울고불고 난리 치는 친구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었다. 자꾸 떠오른다”면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호소했다.

그는 “너무 갑작스러운 사고여서 그런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구조대도 바빠서 환자 분류해줄 인력도 없었고 기도 유지기 하나도 없는 거 보고 진짜 허탈했다”면서 “살릴 수 있었던 애들도 많았는데, 미치겠다”고 괴로워했다.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압사 참사의 사상자는 사망 154명, 부상 149명 등 총 303명이다. 전날 오후 11시 기준 286명보다 17명 증가했다.

hanira@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