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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회장’이라는 타이틀의 ‘숙명’

“나는 아버지 무릎에서 크면서부터 보고 알아왔습니다. 나와 회사는 똑같은 전쟁둥이요, 창업둥이입니다. 우리는 나이가 같아 내 평생이 곧 회사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952년생으로, 올해 만 70세다. 한화그룹도 1952년 창립돼 이달 9일자로 70주년을 맞았다. 김 회장은 한국전쟁 기간 한국화약이 설립된 해에 태어났다. 김 회장이 한화그룹과 자신을 전쟁둥이와 창업둥이로 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9세의 나이에 회장에 올라 그룹을 이끌어 온 지도 어느덧 40년을 넘겼다. 김 회장은 70주년을 맞아 “어제의 한화를 경계하고 늘 새로워질 것”을 강조했다. 70의 나이에도 혁신을 향한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960년생으로, 지난 13일 창립 60주년을 맞은 SK이노베이션과 한평생을 살아왔다. 최 회장은 “제가 62세로, SK이노베이션이 두 살 더 어리다”며 “60년 동안 성장해나갈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진 것이 자랑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 회장도 자신과 SK이노베이션이 보내온 시간을 같은 역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 회장이 SK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던 1998년 당시는 유공에서 SK로 CI 체계가 바뀐 직후로, 그룹이 새롭게 재탄생한 시기였다. 이후 SK에너지의 신설과 SK이노베이션으로의 사명 변경까지 동일 시대를 살아온 최 회장은 “SK이노베이션의 역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역사와 완벽히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967년 현대자동차주식회사 설립 후 3년 뒤인 1970년에 태어났다. 정 회장이 현대차 구매실장으로 첫발을 들였던 1999년에는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SUV 싼타페’가 첫 공개됐다. 이듬해에는 국내 최초 자동차 전문그룹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출범했다. 정 회장 역시 현대차와 같은 시간을 살아오며 탁월한 리더십을 길러왔다. 지난 14일은 정 회장 취임 2주년이었다. 2년 동안 정 회장은 12년간 글로벌 차 판매량 5위에 머물렀던 현대차그룹을 3위 기업으로 키웠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정 회장을 ‘올해의 선지자’로 선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또한 삼성전자와 운명을 같이한다. 이 회장이 태어난 1968년은 선대회장인 호암 이병철 회장이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한 해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삼성에 새 전기가 필요하던 당시 용인자연농원에서 신사업을 구상한 끝에 전자산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이후 1969년 1월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가 설립됐다. 이 회장도 태생부터 삼성전자와 ‘공동운명체’였다.

현재 회장들은 사실상 그룹과 자신을 동일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소유’의 인식이 아니라 그룹의 생존과 성장을 책임져야 하는 ‘숙명’에 더 가깝다.

이재용 회장은 27일 삼성전자 이사회를 통해 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 직을 유지해온 지 만 10년 만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현재 삼성에는 위기와 기회 모두가 놓여 있다. 내년은 삼성의 신경영 선언 30년, 반도체사업 진출 40년이 되는 해다. 고비 때마다 비장의 무기를 던졌던 삼성이다. 이 회장이 던질 초격차 승부수와 메시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용의 숙명이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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