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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소형사 몇 곳 무너질수도”…PF사태에 증권가 공포 ‘덜덜’
차환 안되는 ABCP·보증 늘어
갚을 돈 마련 못하면 부도날수
하이·BNK·다올·IBK證 부담 커
유사시 母은행 지원여부가 변수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에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까지 터지면서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증권가를 덮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경상'을 주장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소형 증권사의 디폴트(채무불이행)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건설사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고, PF 채권을 담보로 ABCP와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를 발행해온 증권사들이 차환되지 않는 물량을 직접 매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9일 만기된 완주 PF ABCP를 전액 매입했다. 완주군이 지급보증을 섰지만, 투자자들이 차환을 거부하면서 주관사가 자체자금으로 사들인 것이다. 교보증권은 12일 만기된 천안 북부BIT리치제일차 자산유동화 ABSTB를 전액 매입했다. 현대차증권도 신용보강한 전단채중 19일 만기인 물량 일부가 차환 발행이 안돼 자체자금으로 막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증권사마다 차환이 안 된 물건이 하나씩은 있다고 보면 된다"며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앞으로 고금리에도 차환 발행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가 매입 보장하거나 신용보강을 한 PF ABCP와 ABSTB 중 다음달 만기가 오는 자산유동화증권 규모는 약 10조7300억원이며, 12월에는 9조7600억원어치의 만기가 도래한다. 내년 1월에는 10조7600억원이 넘는 규모의 만기가 도래해 향후 6개월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자금 경색 상황이 계속될 경우 PF 대출이 많은 중소형 증권사부터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 PF 만기가 돌아왔을 때 차환이 안 되면 신용 보강한 증권사가 자금을 보충해야 디폴트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금성 자산을 넘는 규모의 보증 이행이 필요해지면 보유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이 경우 자산 평가액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는 또다시 단기자금시장과 채권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기자본 대비 PF 신용공여가 가장 큰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으로 86.2%에 달하며, BNK투자증권(68.1%) 다올투자증권(53.4%) IBK투자증권(50.6%)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연말이 되면 자체 유동성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곳들이 나올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연내 PF를 많이 하는 중소형 건설사, 증권사들 중심으로 디폴트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 내에서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지만 밖으로는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업종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백두산 연구원은 "PF ABCP 유동성 위기는 향후 정부 지원조치로 해결돼 크레딧 리스크만 사안별로 개별적으로 평가된다고 볼 때, 내년에 PF를 포함한 IB 실적은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감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 방향성에 대한 증권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하나증권은 부동산PF 관련 사업을 담당했던 구조화금융본부 직원들을 IB 부서 내 다른 본부로 편제하며 본부를 아예 폐지했다. 내부 감사결과 해당 부서 임원의 배임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신설 1년도 안된 주력 부서를 해체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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