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가상인간 여리지의 지난 8월(왼쪽) SNS 사진과 지난 6월(오른쪽) SNS 사진. [인스타그램(@lizzie.dayz)] |
가상인간 ‘여리지’ 변천사. 지난해 12월(왼쪽부터) 사진을 시작으로 올해 6월, 7월, 8월 사진. 모두 여리지 인스타그램에 본인 사진으로 올라와 있다. [인스타그램(@lizzie.dayz)]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아이린 닮았다는 가상인간 ‘여리지’ 알고보면 얼굴이 여러 개?”
한국관광공사의 가상인간 ‘여리지’가 아이린을 닮아 초상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여리지의 과거 사진이 조명받고 있다. 여리지는 복수의 가상인간 제작사를 거치며 현재의 얼굴을 갖게 됐는데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전혀 다르다. 얼굴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가상인간 제작 기술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로 초상권 침해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제작한 여리지 3D 모델링 이미지. [한국관광공사 출처] |
여리지는 지난해 12월 SNS에 처음으로 얼굴을 비췄다. 기존에 제작된 ‘3D 모델링 이미지’를 활용해 영상, 사진 등 홍보 콘텐츠 제작을 위해 현재의 제작사를 찾았다. 여리지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제작사와 홍보 대행사가 갖춰진 5월 이후 본격적으로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얼굴이 수시로 변한다.
가상인간의 얼굴도 알고리즘 조정, 이미지 학습 등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성형 수술’을 하는 셈이다. 특히 여리지의 새로운 제작사 네오엔터디엑스는 실사 수준의 가상 얼굴 이미지를 인공지능(AI) 신경망에 학습시켜 몸 모델에 덧씌우는 방식을 사용 중이다. 현재 AI가 형성한 가상 얼굴 5000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약간씩 변형시켜 수만가지 얼굴을 만들 수 있다. 3D 모델링, 360도 스캔 방식에 비해 훨씬 간편하게 얼굴 수정이 가능하다.
여리지 또한 대중이 ‘선호’하는 얼굴로 조금씩 수정하는 과정에서 현재 모습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가상인간 대부분이 브랜드 마케팅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실제 연예인과 비슷한 외양을 가지게 되는 것은 흔하다. 온마인드의 수아는 아이돌 설현을, 클레온의 우주는 아이돌 차은우를 닮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국관광공사 가상인간 '여리지(왼쪽)'와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아이린(오른쪽)'. |
이번 논란은 가상인간 제작사에게 시사하는 바가 상당하다. 그동안 가상인간 제작사들은 ‘초상권’ 문제 없이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수십 만장의 사진을 조합해 생성된 ‘세상에 없는 얼굴’이라고 했지만, 결과물에 따라 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초상권 침해로 처벌받기는 어렵겠지만 향후 가상인간 일반화를 대비해 활용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조 관계자는 “제작 과정에서 특정 인물의 사진을 활용했는지, 수정하면서 특정인의 얼굴을 직접적으로 참고했는지 등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당장 초상권 침해라고 결론 짓기는 어렵다”면서도 “데이터가 직접 사용되지 않아도 사람들이 실존 인물과 가상인간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라면 미래에는 이를 초상권 침해로 인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AI 윤리 전문가 또한 “우연의 결과물이라 해도 가상인간은 이를 고칠 수 있는 기술적인 여지가 있다”며 “예를 들어 음악을 두고 샘플링이냐, 표절이냐 논란이 일어나는 것처럼 가상인간 또한 창작물·콘텐츠로서 이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 사회적 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