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그룹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 제빵공장 작업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SPL 제빵공장 안전사고 발생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했다. 총 1000억원을 투자하고 전사적인 안전지단 시행도 약속했다.

허 회장은 21일 오전 서울 양재동 SPC그룹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명욱 파리크라상 대표, 황종현 SPC삼립 대표, 허영인 SPC그룹 회장, 황재복 SPC그룹 총괄사장, 도세호 비알코리아 대표 등 계열사 대표도 참석해 고개를 숙였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그룹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 제빵공장 작업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허 회장은 우선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특히 고인 주변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충격과 슬픔을 회사가 먼저 헤아리고 배려하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총 1000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전사적인 안전진단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날부터 외부 전문 기관을 통해 사고가 발생한 SPL 뿐만 아니라 그룹 전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진단 결과를 반영한 종합적인 안전관리 개선책을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전문성을 갖춘 사외 인사와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독립된 ‘안전경영위원회’를 구성해 산업안전에 대한 외부의 관리감독 및 자문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산업안전보건 전담 인력을 확충하고, 조직을 확대 개편해 전사적인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허 회장은 이와 함께 노동조합과 긴밀하게 소통해 직원들의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언제나 직원을 먼저 생각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허 회장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허 회장과 황 대표는 경찰 수사 등을 이유로 별도의 질의 응답을 받지 않았다.

SPC그룹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SPC사옥 앞에서는 SPC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노조원들이 사옥 내부로 들어오려다 마찰을 빚었다. SPC그룹 직원 약 50여명은 출입문을 막고 노조원들의 출입을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SPC 직원 한 명이 쓰러져 구급차에 이송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상임대표인 권영국 변호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SPC사옥 앞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주희 기자 /joohee@heraldcorp.com]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노동자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기자회견을 규탄한다”며 허 회장이 직접 나와서 노동자들에게 고개를 숙일 것을 주장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상임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회견장의 출입을 통제하고 이렇게 하는 게 맞냐”며 “노동자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그리고 나서 국민들에게 사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재발방지대책으로 내놓은 안전경영위원회의 등의 대책들은 이미 계속 해오던 것”이라며 “지금까지 끼임 사고가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끼임에 대한 감독은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주간도 아닌 야간에 12시간씩 강도 높은 업무를 하는 곳이 어디있냐”며 “얼마든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5일 SPL 제빵공장에서 근무하던 한 직원이 업무 도중 안전 사고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허 회장은 사고 바로 다음날 직접 유가족들을 조문해 사과하고, 지난 17일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