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이것은 19세 등급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윤성옥 방송심의위원)
방송채널 iHQ의 ‘변호의 신’이라는 종영 프로그램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경고’ 위기에 처했다. 15세 등급 프로그램에 성폭행, 성노예계약서 등 적절치 못한 범죄 내용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방송했다는 이유다. 프로그램의 시청연령대를 선정할 때 더 엄격하고 공적인 잣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공개된 방심위 ‘제33차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iHQ의 ‘변호의 신’이라는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0조, 35조, 44조 위반 소지가 있다는 민원에 대해 의견진술 절차를 진행했다. 의견 진술은 의결을 내리기 전에 해당 제작사 및 방송사 측의 의견을 듣는 절차다.
‘변호의 신’은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재연해 변호사들이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하이퍼리얼리즘 프로그램이었다. 제작 당시 인기리에 방영되던 ENA 채널의 ‘애로부부’에서 착안해 만들어졌지만 저조한 시청률 속에 8부작으로 종영했다.
이번 심의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이 이혼 사건의 내용을 극화해 방송하면서 ‘아내가 받은 협박 문자메시지와 성노예계약서 등을 화면에 노출하는 장면’, ‘아내가 성폭행을 당한 후 촬영된 영상을 빌미로 협박을 당하는 장면’ 등을 15세 등급으로 지정해 방송한 부분에 대해 심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방송사 측은 민원에 대해 “청소년 대상으로 한 성범죄들이 있어 그에 대한 경각심과 청소년들한테도 이것이 범죄이고 안 좋은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15세 등급으로 지정해 편성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성폭력행위가 포함된 부적절한 방송 내용을 15세 등급으로 분류해 자극적으로 방송한 건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해당 방송은 드라마를 실제처럼 꾸미기 위해 휴대전화 동영상 또는 CCTV 장면인 것처럼 연출했는데 이 점이 지극히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윤성옥 위원은 “프로그램 등급 규칙에는 15세 등급은 성적 폭력행위에 대해 맥락상 암시만 하도록 돼 있다”며 “19세 등급은 성적 폭력행위를 자극적이지 않게 표현해야 하는데 이건 사실 성적 폭력행위가 굉장히 자극적으로 표현됐기 때문에 19세 등급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광복 위원장 역시 "이 프로그램은 'N번방 사건'이라든가, 유사 사건의 성인판에 불과하다"며 "사건을 보니 흥미 위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선의만 가지고 했다면 이렇게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복수의 방심위원은 해당 프로그램에 ‘경고’와 같은 법정 제재 의견을 냈다. 최종 의결은 다음 회차에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