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에서 수확한 미나리 중 외관이 일정 기준에 못미쳐 유통되지 않는 못난이 농산물로 만든 화장품인 ‘라타플랑 미나리 진정 라인’ 제품들. [라타플랑 제공]

친환경을 넘어 환경보호를 반드시 실천한다는 필(必)환경 바람을 타고 ‘푸드리퍼브’ 트렌드가 화장품 업계로 번지고 있다. 판매되지 않고 폐기되는 못난이 농산물을 화장품 원료로 활용한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한국협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국제기구 농수산동향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식품의 14%가 수확 후 소매에 이르는 과정에서 손실된다. 수확했지만 판매 부적격 판정을 받아 폐기되는 농산물이 14%에 이른다는 뜻이다. 못난이 농산물로 남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모양·색이 균일하지 않거나 크기가 너무 크거나 작은 경우, 표면에 흠이 난 작물 등이 못난이 농산물로 폐기된다.

이 같은 못난이 농산물을 저렴하게 유통하려는 시도는 틈새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못난이 농산물들만 큐레이션(선별)해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을 직접 유통하는 것에 더해 화장품 원료로 재활용하기도 한다.

광고회사 빅밴드는 화장품 브랜드 커머스사업에 첫 발을 내딛으면서 전남 순천만 무농약 못난이 미나리를 원료로 선별한 ‘라타플랑 미나리 진정라인’을 선보였다. 미나리 진정라인은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에서 자란 미나리를 핵심 성분으로 사용한다. 노화를 촉진하는 피부열을 낮추고 보습에 도움을 준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라타플랑은 순천시와 협약을 통해 농가와 못난이 미나리 구매계약을 직접 체결, 농가 소득증대와 환경보호 등의 순기능도 이어가고 있다.

데이터 농업기업 그린랩스의 자회사인 헬스랩은 농산물 경매전문가를 통해 직접 작물을 선별하고, 수확부터 원료화까지 직접 진행해 만드는 화장품 ‘글리어’를 선보인다. 대표 제품인 ‘화이트 피치큘크림’은 충북 음성의 복숭아를 주원료로 한 크림으로, 피부 진정과 미백에 도움을 준다.

비프로젝트는 농작물의 쓰고 남은 부분들을 재사용한 원료로 샴푸 등 제품을 만든다. ‘스테이 헤어 딥 클렌징 샴푸’는 상품화되고 남은 고흥 유자씨와 제주 당근잎 추출물을 함유한 제품이다. 아예 못난이 농산물을 화장품으로 업사이클링 하는 것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은 곳들도 있다. 어글리시크가 경북 영덕의 복숭아와 제주 풋귤 등으로 여성청결제를 만들었다. 쏘내추럴은 못난이 감자를 활용해 피부를 시원하게 진정시켜주는 ‘쏘 비건 어글리 포테이토 마스크’를 내놨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푸드리퍼브는 버려지는 농산물로 인한 환경오염과 이를 처리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농가소득 증대에도 기여한다”며 “MZ세대가 중시하는 가치소비와도 맞아 향후 활용 분야가 더 넓어질 것”이라 전했다. 도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