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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층 연금’시대...2층 퇴직연금 기대기엔 불안해!
수익률, 물가상승률에도 못미쳐
확정기여형도 대부분 원리금 보장형
실적배당형 비해 수익률 현저히 낮아
‘퇴직연금=안정적 노후 자금’ 인식 약해
95.7%가 나눠 받지 않고 일시금 선택
‘전국민 퇴직연금’ 위한 촉매제 필요

정부가 연금 개혁을 위한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사적연금의 제도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사적연금의 몸집을 키워 고갈 위기에 처한 공적연금의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연금 가입자, 금융사 등 시장 참여자들의 전략적인 운용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연금 개혁 논의가 시작되고 제도 변화가 불가피해지면서 퇴직연금 시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퇴직연금 적립금, 전년 대비 40조원↑=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의 몸집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지난 한 해만 40조원이 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95조6000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40조1000억원(15.7%)이 증가했고, 최근 매년 증가폭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공적연금을 보완할 사적연금의 주축인 퇴직연금이 노후 준비의 중요한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퇴직연금이 향후 고갈 위기에 처해 있는 국민연금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100세 시대에 3층 연금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적절하게 배분해 국민연금(1층), 퇴직연금(2층), 개인연금(3층)이라는 ‘3층 연금’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에서는 연금 고갈 이슈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개혁할 예정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 재정 수지는 2039년 적자로 전환되고 적립금은 2055년에 소진될 것으로 추정된다.

2088년엔 누적 적자가 1경70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각각 3조730억원과 2조9077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해 정부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해 본격적인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올해 정부 역시 연금 개혁을 3대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며 연금 개혁 공론화를 위한 불을 지피고 있다. 동시에 퇴직연금 제도 개선 마련에 대한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된다.

▶연간 수익률 2%...물가상승률보다도 낮아=그러나 퇴직연금이 ‘노후 안전판’으로 자리매김하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퇴직연금의 연간 수익률은 전년 대비 0.58%포인트 감소한 2%대에 머물러 있다. 사실상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2.5%)보다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 10년간 연환산 수익률도 각각 1.96%, 2.39%에 그쳤다.

이처럼 저조한 수익률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확정급여(DB)형이 171조5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확정기여(DC)형 77조6000억원,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46조5000억원으로 증가 폭이 컸지만 DB형이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DC형 상품도 원리금 보장형이 255조4000억원에 달해 전체 적립금의 86.4%에 이른다. 반면 실적 배당형은 40조2000억원으로 13.6%에 그치고 있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비율이 높은 만큼 DC형 상품의 수익률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원리금 보장형의 수익률은 전년 대비 0.33%포인트 감소한 1.35%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실적 배당형의 수익률은 6.42%에 이르고 있다.

김은혜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퇴직연금은 은퇴 시점까지 장기간 운용되는 특성상 연 1%의 차이가 큰 금액 차이를 가져온다”며 “수익률 제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향후 원금 보장형에서 실적 배당형으로 운용 방식의 변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수령액을 연금 형태가 아닌 일시금으로 택하는 은퇴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령이 시작된 39만7000여 계좌 가운데 95.7%가 일시금을 선택하고 있다. 목돈으로 창업이나 사업 운영 자금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보니 ‘퇴직연금=안정적인 노후자금’이라는 인식이 아직 약하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은 “최근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나 적립금 규모가 작은 대부분의 퇴직자는 일시금을 선택하고 있다”며 “퇴직 전까지는 퇴직연금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고 연금수령이 가능한 시점부터는 각자의 재무상황에 맞는 인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제 혜택 확대로 전 국민 퇴직연금 제도로”=정부가 저조한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퇴직연금 제도를 대폭 손질하는 것도 이 같은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와 노인 빈곤율, 고령층의 국민연금 가입 비율, 연금을 통한 소득 대체율 등을 고려할 때 사적연금 시장의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지난해 기준 16.5%로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에는 고령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연금 가입률은 16.9%로 극히 저조한 상황이다. 생명보험의 경우 지난해 연금보험 초회 보험료는 3조2981억원으로 2014년 대비 53%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대비에 대한 인식이 극히 낮고 사교육비 등 당장 지출해야 할 것들이 많아 퇴직연금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퇴직연금 가입 유도 차원에서 세제 혜택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또 상품이 다양하지 않고 퇴직연금 가입제도 의무화도 시행하지 않고 있어 연금 인식이 낮다는 지적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낮은 퇴직금 제도에서 퇴직연금 제도로 전환하는 형태의 가입 제도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며 “까다로운 가입 요건을 완화해 자영업자와 비정규 노동자들까지 포용하는 전 국민 퇴직연금 제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형 기자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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