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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주희의 현장에서] 가맹점 갑질에 ‘면피성 상생’ 내민 치킨업계

치킨업계의 갑질 문제가 국정감사를 통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갑질의 종류도 다양하다.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자재의 납품가격을 올려받거나 불공정거래 계약 체결,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 등 수년 전부터 지적된 문제가 그대로 거론됐다.

법원에서도 이들의 갑질이 인정됐다. 지난 14일 치킨프랜차이즈 BBQ와 bhc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에서 법원은 각각 12억6500만원과 5억원의 과징금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제너시스BBQ는 가맹사업자협의회 활동을 주도한 지점을 상대로 계약갱신에서 불이익을 줬다. 필요 이상의 전단을 특정 업체로부터 구매하게 한 점도 적발됐다.

bhc는 광고비 유용 및 식자재 납품가와 공급가 차액을 편취를 폭로해 본사와 갈등을 빚은 점주들에게 사측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

갑질에서 끝이 아니라 갑질로 본사 배만 불렸다는 점이 치킨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대비 2020년의 BBQ 본사 영업이익은 15배로 증가한 반면 가맹점 매출은 1.9배 증가한 데 그쳤다.

bhc도 영업이익이 9배로 증가하는 동안 가맹점 매출은 3.6배 증가했다. 반면 교촌치킨과 굽네치킨의 가맹본사 영업이익은 각각 3.11배, 2.93배이며 가맹점 연평균 매출액 증가비율은 2.26배, 1.89배로 큰 차이가 없었다.

명백한 갑질로 해마다 BBQ, bhc의 수장들은 국감장에 불려나가지만 정작 알맹이는 쏙 빠진 모양세다. BBQ는 국감장에 취임한 지 갓 한 달을 넘긴 새 대표를 세워 ‘대타’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에도 10월에 취임한 정승인 대표가 국감장에 섰다가 신임된 지 3개월 만에 사직한 바 있다.

국감 직전 내놓은 상생방안도 알맹이가 빠진 ‘면피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BBQ는 국감 직전 가맹점주와 관련된 문제가 불거지자 ‘6대 상생정책방안’을 발표했다. 가맹점주 상대 소송 취하, 본사 차원에서의 분쟁조정 기능 마련, 상생을 위한 가맹계약서 조항 전면 갱신 등이 골자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국회 정무위의 한 관계자는 “가맹점주와 본사와의 갈등에서 가맹점주들이 (불이익을 준) 본사를 상대로 고소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지는 생색내기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BBQ가 점주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3건이 전부다. 이마저도 모두 1심에서 ‘본사 패소’로 판결이 났다. 이번 BBQ본사의 소송 일괄 취소 발표가 눈 가리고 아웅식 상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치킨업계는 팬데믹기간 불황 대신 특수를 누렸지만 이제 호시절은 지났다.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시작되면서다.

가맹점주 쥐어짜기식 영업으로는 위기극복은 언감생심이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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