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 지난해 말 카카오에 거금을 투자한 한미선(45·가명) 씨. 어제부터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미 투자금은 반토막이 났다. 손실금만 2억원이 넘는다. 이 와중에 사상 초유의 카카오 장애까지 일어났다. 한 씨는 “카카오톡이고 뭐고 쳐다 보기도 싫다”며 “‘설마 4만원까지 깨질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일이 오는 게 무섭다”고 말했다.
200만 카카오 투자자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막대한 손실률도 모자라 ‘역대 최장 서비스 장애’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지난 15일 10%에 가까운 상승세를 기록한지 하루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한 곳의 데이터센터 문제로 무려 18시간 넘게 오류 발생한 것에 대한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16일 오후 기준 카카오 서비스 중 일부는 복구됐지만, 완전 정상화까지는 아직 요원하다.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는 전송되지만 사진과 동영상 전송은 아직 불가능하다. 전날 오후 3시 30분부터 SK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3만2000대 서버가 다운됐다. 16일 오후 기준 1만2000대 가량의 서버가 복구됐으며, 2000~3000대 서버의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는 10시간 넘게 지속됐다. 지난 2010년 출시 이후 12년 만의 최장 시간이다. 포털 다음, 카카오맵,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먹통이 됐다. 각 시장에서 막대한 점유율을 보유한 카카오의 서비스 장애로 전국이 마비가 됐다. ‘전국민 서비스’라는 타이틀에 오명이 생겼다.
양현서 부사장은 “본래 사고 발생 시 20분 내 복구가 매뉴얼이지만, 서버 손실량이 워낙에 크다”면서 카카오톡 등 서비스가 완전히 복구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카카오 투자자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15일 밤을 꼴딱 샜다는 카카오 투자자 김 모(34) 씨는 “언젠간 오를 거란 생각으로 버텼는데, 차라리 손절할 걸 그랬다”며 “무슨 마가 낀 건지, 월요일 주식 시장 보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카카오 주가는 지난해 마지막 날 거래일 대비 54.3% 떨어졌다. 반토막이다. 카카오 주주는 200만명이 넘는다. 카카오톡 등 대국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 신뢰가 높았다. 그러나 이번 장애로 카카오 데이터 백업 시스템 및 재난 대응 시스템의 신뢰 문제가 불거지게 됐다. 화재가 1차 원인이지만, 하나의 데이터센터 전기실에서 난 불로 18시간 넘게 오류를 빚는 건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상 많은 사용자가 이용하는 IT 서비스는 여러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분산하는 이중화 작업이 필수다. 화재, 지진, 테러 등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카카오 측은 데이터센터 이중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었다.
투자자들은 17일 주식 시장 개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신뢰도 문제가 불거지며 주가가 폭락할 거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주말 사이 미국 뉴욕증시마저 급락했다.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14일(현지시간) 전장보다 327.76포인트(3.08%) 밀린 1만321.39로 마감했다. 카카오를 포함한 IT성장주는 나스닥 지수에 큰 영향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