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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시진핑 3연임 코앞인데, 베이징에 "독재자 제거하라" 현수막 등장 [한희라의 동방불패]
톈안먼 사태 '탱크맨' 연상한다
中 주민 "방역 정도 선을 넘었다"
13일 중국 베이징시 하이뎬구의 다리에 반정부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트위터]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집권 3기를 공식화하는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사흘 앞둔 13일 베이징 도심에 ‘독재 타도’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통행 제한은 물론이고 언론과 소셜미디어 통제까지 강화한 가운데 일어난 초유의 사건이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때와 맞먹는 ‘탱크맨’ 등장이라는 평까지 나온다.

베이징의 대학 밀집가에 시진핑 타도 현수막...검은 연기도

13일 베이징대·칭화대·인민대 등 중국 유명 대학들이 밀집해 있는 베이징시 하이뎬(海淀)구 사거리 고가도로 위에 2장의 현수막이 걸렸다. 빨간색으로 크게 새긴 현수막에는 ‘PCR 검사 대신 밥을, 봉쇄 대신 자유를’, ‘거짓말 대신 존엄을, 문혁(문화대혁명) 대신 개혁을’, ‘영수 대신 투표를, 노예 대신 공민을’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또 다른 한 장의 현수막에는 ‘수업을 중단하고 파업한다. 이 나라의 도적인 시진핑을 파면하라’는 글이 적혔다.

현수막이 걸린 다리 위에서는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일각에서는 분신을 시도했다는 추측이 나왔으나, 현수막을 내건 사람은 출동한 공안에 의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수막도 즉시 제거됐으며, 중국 내 온라인에서는 통제됐다.

13일 중국 베이징시 하이뎬구의 다리에 반정부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고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WSJ 영상 캡처]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해외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서 이 돌발 상황이 외부에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수막 게시자의 신분이나 검은 연기의 원인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베이징 공안국에 문의했으나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차이샤(蔡霞) 전 중국 공산당교 교수의 트위터를 인용해 현수막 게시자가 '펑자이저우'(彭載舟)라는 인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펑자이저우는 트위터에서 “우리는 전국적인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외부에) 더 많이 알려달라. 독재자 시진핑이 중국에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하자”고 썼다. 이 트윗을 올린 시간은 13일 새벽 4시(현지시간)로 파악된다. 그러나 현재 이 글은 사라진 상태다.

톈안먼 사태 때 '탱크맨' 연상...통제 강화될듯, 추가 시위 여부도 주목

중국에서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 이후 반정부 시위는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의 주역인 왕단(王丹·52)은 “누가 중국에 용기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는가”라며 “이 무명 중국인의 용기는 충격적이며 그는 현 중국의 새로운 ‘탱크맨’”이라고 말했다. 톈안먼 사태 당시 맨몸으로 탱크를 막았던 중국 시민에 빗대 그의 시위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3일 앞둔 13일(현지시간) 시 주석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가 철거됐다. 사진은 쇼셜미디어 영상에서 연기와 현수막이 보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 부근 고가도로의 그슬린 보도를 촬영한 모습. [연합]

CNN방송은 한 네티즌의 말을 인용해 “PCR 검사를 중단하라는 말 만큼은 많은 민중의 마음을 울렸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많은 네티즌들이 현수막 게시자가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될 지를 염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자 방역의 고삐를 강하고 쥐고 있다. 특히 20차 당대회가 가까워지자 사람들의 이동을 강력하게 통제했다.

한 시민은 “늦은 밤 갑자기 문자를 보내 확진자의 밀접접촉자와 접촉했으니, 내일 아이를 등교시키지 말고 학부모도 3일간 자가 격리하라는 문자를 받았다”면서 “봉쇄의 정도가 선을 넘었다”고 토로했다.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를 이틀 앞둔 14일 한 중국 시민이 베이징 다싱국제공항에 설치된 중국 공산당 상징 조형물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

오는 16일 개막하는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3연임을 확정 짓는다. 임기 10년 제한을 깨고 3연임을 강행하는 것인 만큼 중국 정부는 어느 때보다 심한 여론 통제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독재 타도’를 쓴 현수막이 걸리면서 중국 정부가 어떤 행보를 취할지, 다른 시민들의 추가 시위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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