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발전효율 1%포인트 높인 탑콘 양산

2026년 6월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차세대 탠덤

[르포] “발전효율 1%p 높이면 1000억여원 절감”…한화큐셀, 페로브스카이트 2026년 상용화로 기술리더십 강화
한화큐셀 셀 제조공정 모습. [한화솔루션 제공]

[헤럴드경제(진천)=주소현 기자] 지난 12일 찾은 충북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진천2공장. 약 330m의 긴 복도를 거슬러 올라가야만 셀 생산라인의 출발점에 설 수 있었다. 손으로 집기만 해도 쉽게 부서지는 약 160㎛ 두께의 웨이퍼는 생산라인에서 표면이 깎이고(식각), 여러 겹의 막을 덧입고(증착), 열처리하는 등 7단계의 공정을 거쳐 태양광발전의 기본 소재인 셀로 거듭난다. 이 셀들을 가로로 5개씩, 세로로 11~13줄 연결하고 앞뒤에 글라스를 대고 압착하는 등 8단계의 모듈 공정까지 마치면 태양광패널로 출하된다.

셀 생산라인에는 일정한 기계음만 가득할 뿐, 직원을 마주치기 어려웠다. 대신 시범 생산 중인 ‘탑콘(TOPCon) 셀’은 자동 무인운반차가, 현재 양산 중인 ‘퍼크(PERC) 셀’은 천장 가까이에 설치된 컨베이어벨트가 실어날랐다. 모듈 생산라인에서도 출하 직전 단계에서 육안으로 품질을 점검하는 일부 작업 외에는 자동화된 공정이 진행됐다. 빨간 빛의 경고등이 울릴 때에만 직원들이 다가가 해당 공정을 확인했다.

이는 진천공장이 전 공정이 자동화된 ‘스마트팩토리’이기에 가능하다. 한화큐셀은 공장 내 물류 이동과 작업환경 제어, 불량관리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또 자체 개발한 ‘트라큐(TRA-Q)’ 시스템을 통해 제품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트라큐 시스템은 QR코드와 비슷한 원리로 셀 공정에 들어가기 전 웨이퍼의 전면에 레이저로 고유한 인식 코드를 새겨 전 공정을 추적할 수 있게 한다. 트라큐 시스템을 활용하면 하루 약 200만장 출하되는 셀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성능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게 한화큐셀의 설명이다.

[르포] “발전효율 1%p 높이면 1000억여원 절감”…한화큐셀, 페로브스카이트 2026년 상용화로 기술리더십 강화
한화큐셀 직원이 모듈 품질검사를 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제공]

이날 진천에서 열린 미디어간담회에서 한화큐셀은 2023년 4월 탑콘을 상업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부터 연 300㎿ 시범 생산 중인 탑콘의 생산용량을 내년 4월부터 1.5GW까지 늘려, 국내에서 연간 퍼크 3.9GW. 탑콘 1.5GW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탑콘은 기존보다 발전효율을 약 1%포인트 올린 셀로, 시제품 기준 발전효율은 약 24.4%다. 현재 전 세계 태양광시장의 약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퍼크의 발전효율은 23%가량이다. 발전효율은 태양광을 얼마나 많이 전기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탑콘은 전류가 흐르는 셀 후면의 웨이퍼와 전극 사이에 얇은 산화막을 삽입해 접촉면을 아예 없애면서 전력 손실을 줄였다. 또 셀 내부에서 P극과 N극을 오가며 전력이 생산되는데 퍼크는 P타입 웨이퍼에 N층을 깔았다면 탑콘은 N타입 웨이퍼에 P층을 까는 방식으로 효율을 높였다.

탑콘을 앞세운 한화큐셀은 내년 발전효율계획을 최대 24.85%까지 올려 경쟁사 대비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태양광발전시장의 대부분을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환경에서 기술적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한화큐셀은 발전효율을 1%라도 올리기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김은식 한화큐셀 아시아제조본부장은 “태양광사업은 반도체만큼이나 시장 내 기술경쟁속도가 빠르다”며 “그에 맞춰 빠른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세영 한화큐셀 셀R&D팀장은 “1~2%가 작은 수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간 출하량을 고려하면 1000억원 이상 생산단가 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르포] “발전효율 1%p 높이면 1000억여원 절감”…한화큐셀, 페로브스카이트 2026년 상용화로 기술리더십 강화
한화큐셀이 연구 중인 페로브스카이트-결정질 실리콘 탠덤 셀 시제품. [한화솔루션 제공]

그러나 업계에서는 퍼크나 탑콘과 같은 실리콘 기반의 셀의 발전효율은 최대 29%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본다. 한화큐셀은 셀을 반으로 잘라 출력을 높이는 ‘하프셀(Half Cell)’, 셀 사이의 간격을 없애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게 하는 ‘제로갭(Zero-gap)’ 등 실리콘 기반 셀에서 발전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린 만큼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차세대 셀을 개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화큐셀은 ‘페로브스카이브’ 기반 탠덤 셀을 2026년 6월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탠덤(Tandem)은 상부와 하부에 셀을 두 장 겹치는 방식으로, 한화큐셀은 이 중 상부 셀에 새로운 광물인 ‘페로브스카이트’를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단파장, 실리콘은 장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식으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론상 한계효율은 44% 수준이며, 실제 양산 시 효율도 3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큐셀은 지난 3월 독일 헬름홀츠연구소(HZB)와 협력해 최대 28.7% 효율의 기록한 탠덤 셀을 개발하는 등 자체 최고 효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양병기 한화큐셀 개발팀장은 “기존 셀 대비 최대 2배 이상의 발전효율을 지닌 탠덤 셀 연구·개발에 집중해 미래 태양광시장에서도 기술 격차를 통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자리 잡을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