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련 620개사 대상 경기전망조사

제조업 지수 전기대비 7.0포인트 하락

수출·내수, 3분기만에 지수 동반 하락

중견기업도 4분기 전망 ‘암울’…경기전망지수 전기대비 5.7p 하락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3고(高)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황의 징후가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견기업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5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중견기업 경기전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견기업 620개 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망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직전 분기보다 다음 분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기업이 더 많고, 100 미만이면 반대라는 의미다.

조사 결과 4분기 경기전망지수는 전분기 대비 5.7포인트 하락한 94.9를 기록했다. 제조업 경기전망지수(93.0)와 비제조업 경기전망지수(96.5)가 전분기 대비 각각 7.0포인트, 4.7포인트로 동반 하락했고, 수출과 내수 전망도 부정적인 수치로 내려앉았다.

중견련 관계자는 “엄중한 글로벌 경제 상황 아래 중견기업 경영 현장의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망 불안정과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원자재가와 인건비 상승, 내수 부진 등 중견기업이 꼽은 주요 경영 애로 해소에 대한 기대는 더욱 위축될 우려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경기전망지수는 지난 분기 대비 7.0포인트 하락한 93.0을 기록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 등 전자부품 업종 전망 지수는 16.9포인트 크게 하락한 91.7로 나타났다. 2020년 3분기부터 긍정적 전망을 유지했으나, 9분기 만에 부정적 전망으로 전환됐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화학 업종 지수는 수입 원가 상승에 따라 석유화학 중 에틸렌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 부문에서 두 번째로 큰 하락 폭(15.4포인트)인 84.6을 기록했다. 중국 시장 매출이 줄어들면서 화장품 기업의 부정 전망도 크게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식음료품 업종(95.3)은 겨울철 비수기인 계절적 요인이 반영돼 아이스크림, 음료수 제조 기업을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6.4포인트 하락했다.

비제조업 경기전망지수는 전분기(101.2) 대비 4.7포인트 하락한 96.5를 기록했다. 출판·통신·정보서비스 업종(90.6)은 지상파, 케이블 방송 기업을 중심으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견기업들은 4분기 수출과 내수 상황 모두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과 내수 전망지수가 동시에 하락한 것은 3분기 만이다. 수출전망지수는 4.2포인트 하락한 96.2를 기록했다. 전자부품 업종 지수(93.5)가 전분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감소하면서 전체 지수를 끌어내렸다. 내수전망지수는 자동차(105.1), 식음료품(103.1), 운수(101.5) 업종은 ‘긍정’으로 확인됐지만, 전체 지수는 전분기 대비 4.9포인트 하락한 96.6을 기록했다.

제조 중견기업의 설비투자규모 전망지수는 전분기 대비 소폭 하락한 98.9를 기록했지만, 전자부품(101.4), 자동차(100.0), 양극재용 가성소다, 전해액 유기용매 등 이차전지 원료 관련 화학(105.8) 업종 지수는 ‘긍정’으로 확인됐다.

제조업 부문 경영 애로 1순위는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가 부담(59.6%), 비제조업 부문에서는 인건비 상승(40.9%)이 꼽혔다.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제조, 비제조업을 막론하고 부정적인 전망이 확인되는 상황에서, 여전히 대부분의 중견기업이 설비투자규모를 늘릴 것으로 내다본 데 주목해야 한다”며 “중견기업의 혁신과 투자에 속도감을 더하기 위해서는, 전향적인 대출 만기 및 상환 유예 연장 등 금융 지원은 물론, 공급망 불안정과 환율 인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질적인 인건비 증가 등 경영 애로 해소를 위한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