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배우 박해수(41)는 대학로 연극배우였다. 그가 대중에게 확실히 얼굴을 알린 계기는 2017년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었다.

그리고 넷플릭스와 지금까지 무려 다섯 작품을 찍었다.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수리남’ ‘야차’ ‘사냥의 시간’ 등이다. 넷플릭스의 직원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해수는 “내가 의도한 건 아니다. 제작사가 원하는 게 있겠지만 저는 대본이 중요하다. 예컨대 가슴이 뜨거워지거나 무섭거나 하는 특별한 감정이 나오느냐다. 넷플릭스에서 개봉할 영화 ‘대홍수’도 에너지가 느껴져 하고싶었다”고 말했다.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됐다.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지닌 시상식인 프라임타임 에미상의 남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돼 LA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여했다. 그는 평소 연락하지 않던 사람들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기도 하고, 공항 입출국 사진이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시상식과 드라마, 영화 관련 해외 행사에 참가하면서 대한민국 콘텐츠의 위상이 크게 향상됐음도 느꼈다. 그는 “해외 관계자들이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 과거에는 ‘아시아 배우’로 봤다면 지금은 ‘한국 배우’로 인식하고 존중해주는 것 같다”고 해외에서의 인상을 전했다.

이어 ‘수리남’에서도 좋은 연기를 선보여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박해수는 수년간 추적해온 마약대부인 사이비 목사 전요환(황정민)을 잡기 위해 수리남을 찾은 국정원 미주지부 최창호 팀장을 맡았다. 최창호는 전요환을 유인하기 위해 강인구(하정우)의 사업 파트너인 무역상 ‘구상만’으로 신분을 위장하기도 하기 때문에 사실상 1인2역이다.

여기서도 박해수는 “강프로, 식사는 잡쉈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고, 극중 수시로 가래침을 뱉는 장면은 캐릭터의 특성을 강하게 부각시켰다. 박해수는 “최창호가 가래 침을 뱉는 것은 감청 중인 국정원 요원들에게 전요환과 대화를 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박해수는 ‘수리남’ 역할 소화를 위해 미국 마약단속반(DEA, 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에 대한 공부도 하고, 실화 캐릭터인 최창호에 대한 연구도 충분히 한 상태에서 촬영에 임했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한달 간 촬영하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하정우, 황정민, 조우진, 유연석 등 선후배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연기를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선배들이 편안한 형 같은 느낌이다. 도미니카에는 우리 교민이 50명쯤 있는데, 한식당에 우리를 초대해 삼겹살도 구워주셨다. 하정우 선배는 뻔하지 않는 연기를 한다. 황정민 선배는 장악력에서 대체 불가능한 배우다. 조우진 선배는 이전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엄청난 기운을 가진 배우들의 에너지가 잘 융화된다. 나도 이런 선배들과 조금은 같이 할 수 있구나 하고 스스로 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박해수는 “최창호를 연기하는 데 가장 힘든 촬영이 무엇이었는가”라는 질문에는 “최창호의 연기가 주로 한 공간, 전화 씬으로 이뤄져 내가 갈등구조에서 긴장을 유지시켜주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윤종빈 감독이 계속 대사를 쳐주고 나의 텐션을 올려줘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배우’ 박해수는 에미상 시상식에서의 경험과 테드 살란도스 넷플릭스 CEO와 토론토에서 만나 들었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 창작자에 대한 기대가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 창작자나 배우를 세계적 리더로 보는 것 같다. 우리나라 작품 퀼리티를 인정하고, 특히 인물이나 갈등 표현은 한국이 가장 잘한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박해수는 “한국 시청자의 눈높이가 높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많은 감정이 존재한다. 그래서 상위 퍼센트의 드라마 나온다”면서 “거대작품은 돈이 있으면 만들 수 있지만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이 잘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해수는 자신이 출연한 작품들이 쉬지 않고 나오고 있지만, 겹치기는 아니며 오히려 작품간 텀이 있다고 했다. 그는 “연극할 때도 겹치기는 없었다. 연습시간도 겹치는 걸 안좋아한다. 미친듯이 바쁘게 살고싶지 않다.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고 했다. 계속해서 생산하는 캐릭터보다는, 노력해서 잘 표현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것이 배우로서의 성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해수는 “아내가 아기를 키우느라 고생을 많이 한다”고 아내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난 7월 베네딕트 컴버배치, 앤젤리나 졸리 등이 소속된 미국 4대 메이저 에이전시 중 하나인 UTA와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미주에서 K콘텐츠의 생생한 열풍을 경험한 박해수는 “해외 진출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쾌하며, 겸손과 배려가 몸에 배어있는 박해수는 글로벌 배우로서도 롱런이 가능할 것 같았다.

서병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