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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동률 낮추고 원가 인상분 반영 못해…투자 올스톱 우려속 비상경영체제 돌입
가전, 가동률 ‘뚝’...반도체, 가격하락 전망
석화, 수요부진...한화솔루션등 투자 철회

기업들은 급격한 수요 감소 흐름이 포착되자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투자를 재검토하는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TV 등 영상기기 생산라인 가동률을 1분기 84.3%에서 2분기 63.7%로, 휴대폰 생산라인 가동률을 81.0%에서 70.2%로 각각 낮췄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냉장고는 127%에서 119%로, 세탁기는 99%에서 81%로, 에어컨은 129%에서 108%로, TV는 87.8%에서 72.5%로 하향 조정했다.

반도체 업계의 경우 스마트폰이나 PC, 노트북, 서버 등 전방 산업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함께 업황둔화가 전망된다. 고객사 재고가 축적되면서 수요가 줄어 가격도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4분기 D램 가격은 최대 18%, 낸드플래시 가격은 최대 20% 가량 빠질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의 70%, 낸드 시장의 50%를 점하고 있어 실적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중국 경기 둔화로 만성화된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 효과를 본 정유사와 달리 석화사들은 올라간 납사 가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원가 상승분 만큼의 손실을 보고 있다. 올라간 납사 가격을 판가에 전가하려고 해도 안 그래도 위축된 수요가 더 감소할 수 있어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공장을 최대한으로 기동하지 못한 지도 오래다.

강병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애널리스트는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석유화학 수요 감소는 실적 부진을 심화시키는 주된 원인 중 하나”라며 “2022년 8월 광둥성 선전시, 9월 쓰촨성 청두시를 봉쇄하는 등 중국 정부가 최근에도 기존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도 업황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석유화학회사들은 신규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화솔루션이 1600억원 규모의 질산유도품(DNT)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한 바도 있다.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부문 투자를 늘리고 있는 데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경기 요인 영향이 가장 컸다.

정유사들은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전망이 나오면서 가격 반등 관측이 나오지만, 최근의 유가 하락이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라는 기조 요인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정유업계 역시 투자에 대한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중단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3600억원 규모의 CDU(상압증류공정)·VDU(감압증류공정) 설비 신규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CDU·VDU는 원유를 끓여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로, 2019년 5월 해당 설비에 대한 신설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투자중단 배경에 대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발생과 글로벌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공사를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수요 부진의 먹구름은 국내 기업들 전반의 업황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0월 BSI 전망치는 89.6을 기록했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에 대한 긍정 응답이 부정보다 많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 응답이 더 많은 것을 의미한다. BSI 전망치는 올해 4월(99.1)부터 8월(86.9)까지 하락세를 보인 후 지난달 95.8로 반등했지만, 한달 만에 다시 80대로 하락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대외여건의 악화로 인해 수출증가율이 둔화되고 무역적자가 심화되는 등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는데다, 고물가와 금리 인상으로 내수 진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 재고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동안 오버슈팅(초과생산)됐던 생산이 급감할 경우 경기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하반기 정책당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경원·문영규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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