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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는 재고 자산에 ‘고통’...정유는 정제마진 ‘제로 쇼크’
3高에 수요둔화로 고통 가중
경기 구조요인에 한번 꺾이면 반등 어려워
전자·석유화학 등 업종불문 재고자산 급증
철강은 침수피해...수요부진까지 이중악재
LG화학 여수공장 전경.

최근 국내 기업이 이른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으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이보다 더 두려워 하는 것은 바로 수요 부진이다. 이는 경기 수준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데, 금융통화 환경이 개선되더라도 한번 꺾이게 되면 상승 전환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구조 요인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살아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업은 투자를 축소하고, 국민들은 소비를 줄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수요 감소는 각 회사들의 재고를 늘리고, 제품값의 하방압력으로 이어져 실적을 악화시킨다. 이에 따른 기업들의 대응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6개 전자사 상반기 재고 82兆↑=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자업계는 글로벌 경기 하락에 따른 수요둔화로 쌓여가는 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SK하이닉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국내 주요 6개 전자기업의 상반기말 재고자산 규모는 81조783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LG전자의 매출액인 74조7216억원보다 많다. 이는 지난해말 66조6158억원에서 15조1679억원이 증가한 수치로, 올 들어 상반기 동안만 무려 22.8% 늘어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230개 기업(금융업 등 제외)의 재고자산은 6월말 총 432조4784억원으로 전년말 354조895억원에서 78조3888억원(22.1%) 증가했다. 6개 전자기업의 재고자산이 전체 20%를 차지할 정도다.

이 중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52조922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전년말 41조3844억원에서 상반기 동안 10조7078억원 늘어나 25.9% 가량 커졌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말 8조9166억원에서 상반기말 11조8787억원으로 재고자산이 2조9621억원(33.2%) 늘었고 LG디스플레이도 3조3504억원에서 4조7225억원으로 1조3721억원(4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기는 1551억원(8.5%), LG이노텍은 404억원(2.9%) 증가했다. LG전자는 상반기말 9조6844억원의 재고자산을 기록하며 전년말 9조7540억원보다 696억원(0.7%) 감소해 유일하게 줄어들었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말 8조3275억원보다는 1조3570억원 증가했다.

▶석유화학업체 中 경기둔화로 ‘직격탄’=석유화학 업체들은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경기 부진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수요가 크게 줄었고 이는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여기에 중국 내 설비 증설로 자체 충당 비중이 올라간 탓도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분기 2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로 돌아섰다. 대한유화, 여천NCC 등도 올해 2분기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금호석유화학은 2분기에 매출 2조2439억원, 영업이익 354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은 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3% 감소했다. 이에 석유화학 업체들의 재고도 크게 증가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192개 기업의 재고자산 변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업종 중 석화 업종의 재고가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이들 업종 26개 기업의 재고자산은 작년 상반기(16조5770억원)보다 71.0% 늘어난 28조3531억원으로 집계됐다.

강병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애널리스트는 “2022년 들어 화학사 실적 부진이 심화되면서 석화산업에 대한 시장 내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올 상반기 수익성 하락의 핵심 원인은 수급 저하와 원가부담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제마진 ‘제로 쇼크’에 정유사들 트라우마=올 들어 역대 최고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정유사들도 현재까지는 양호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언제 수요가 꺾일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 비상체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배럴달 100달러를 훌쩍 넘었던 국제유가가 최근 크게 떨어지면서 정제마진이 급락했다.

정유사들의 실적 지표인 정제마진(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기준)은 9월 셋째주 배럴당 0달러를 기록했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수입해 석유제품을 만들어 팔아도 이윤이 하나도 남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제마진은 오르내림을 반복하지만, 최근 감소는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것으로 정유사들은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라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기침체→수요위축→유가하락→마진감소→적자전환’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침수에 수요타격까지 ‘산 넘어 산’= 침수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도 수요 부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세계적인 경기 악화로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철강재의 주원료인 유연탄과 철광석 가격까지 떨어지면서 열연강판 등 주요 제품의 유통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철강 수출 금액은 26억9000만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21.1%나 급감했다.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 둔화로 재고량이 늘자 포스코는 지난달 선재 2만t, 스테인리스 5만t을 감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서경원·문영규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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