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뒤 해외로 이른바 ‘먹튀’를 한 사람이 최근 10년간 3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채무액이 큰 상위자 50명의 채무액은 1500억원에 달했는데, 회수한 금액은 0.5%에도 못미쳤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제출받은 ‘해외 이주자의 채무액 상위 50인 현황’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국내 금융기관 채무를 갚지 않고 해외로 이민을 가버린 사람 중 가장 큰 채무액 규모는 119억원에 달했다. 60대의 해당 채무자에게 국내 금융기관은 한 푼도 회수를 하지 못한 상태다. 10년간 3500여명의 사람들이 4500억원대의 국내 금융기관 채무를 갚지 않고 해외로 이민을 가버렸다. 채무액 상위 50명이 가진 채무액은 1501억원으로 전체 채무액의 3분의 1에 달한다. 하지만 정작 채무액 중 회수한 금액은 고작 6억원에 그친다.

현행법에서는 국외 이주자가 금융기관의 채무를 갚지 않을 경우에 대한 규정이 없다. 또 그런 사람이 출국을 한다고 해도 개인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조차 없다. 이민을 떠나면서 빚을 남겨둬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직업, 이주국가, 출국년도 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는 채무불이행에 따라 민사소송이나 금융채무불이행자로 등재되어 금융거래에 제약이 있지만, 해외로 이주한 사람을 상대로 채무를 강제적으로 받을 방법도 없다.

박재호 의원은 “해외 이주 채권 관리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오랫동안 있어왔지만, 캠코는 해외 이주자 채무 회수를 위한 제도적 개선은 적극적이지 않은 상태다보니 법망을 피해 해외로 도주해버리는 악성 채무자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캠코는 공공정보 활용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실무 집행기관으로 국회 및 정부에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서정은 기자